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이 전기차 배터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면서 자금을 마련할 길을 찾아야 한다.

17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사업 강화에 필요한 투자금 마련이 주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전기차배터리 대규모 투자자금 어떻게 구할까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자세한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책을 여러모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1월 세계 전자제품 박람회에서 김 사장은 직접 전기차 배터리사업의 투자금액을 2025년 100억 달러(11조 원가량)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투자된 금액을 감안하면 앞으로 7조 원가량이 더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2018년 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이 들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2조 원 수준인 만큼 5조 원의 돈이 더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윤활유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상장에 재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루브리컨츠는 2018년 3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고품질 윤활유시장의 35.8%를 점유하고 있어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해마다 3조 원가량의 매출과 4천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SK루브리컨츠의 상장 문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사장은 앞서 1월2일 열린 ‘2019 SK그룹 신년회’에서 기자들에게 “SK루브리컨츠 상장은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SK루브리컨츠의 상장에 2013년, 2015년, 2017년 세 번 도전해 모두 실패했다. 

가장 최근이었던 2017년에는 SK루브리컨츠의 상장을 통해 1조2천억 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이 SK이노베이션이 예상한 공모가 10만1천~12만2천 원에 미치지 못하자 기업공개를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시장의 간을 본다’는 취지의 비판을 받기도 했던 만큼 김 사장은 SK루브리컨츠의 상장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상장이 쉽지 않은 반면 회사채 발행은 좋은 투자자금 마련수단이 될 수 있다. 재무구조가 상당히 탄탄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기준으로 부채비율 86.8%로 100%가 채 되지 않는다. 차입금 의존도는 22.2%에 지나지 않는다.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는 것을 시장이 증명하고 있다. 정유부문 자회사 SK에너지가 앞서 13일 3천억 원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1조5900억 원 규모의 주문이 몰렸다.

한국신용평가도 SK이노베이션의 다각화된 사업기반과 우수한 사업경쟁력을 들며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물론 그룹 차원의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SK의 밤(SK Night)’ 행사에서 배터리사업이 잘 진행된다면 5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이 2017년보다 149.5% 늘며 성장세를 확인한 만큼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사업의 후발주자로 2018년 기준 배터리 생산능력이 4.7기가와트시(GWh)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헝가리 코마롬과 중국 창저우,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공장들이 모두 완공되는 2022년에는 생산량이 30기가와트시로 늘어난다.

여기에 김 사장이 구상하는 투자가 계획대로 실행되면 생산량은 2025년 100기가와트시까지 확대돼 업계 선두주자인 LG화학과 비슷한 생산력을 확보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전과 달리 전기차 배터리사업의 실적을 기타사업에 포함하지 않고 개별 사업부문으로 집계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에 배터리사업을 따로 구분해 집계한 것은 앞으로 이 사업을 SK이노베이션의 핵심사업으로 키워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