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대응해 케이블TV 인수합병에 나설까.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14일 이사회 열고 CJ헬로의 인수를 확정한다.
 
박정호, SK텔레콤의 케이블TV 인수합병 본격 뛰어들까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LG유플러스는 그동안 SK텔레콤과 KT 사이에서 ‘3위사’라는 꼬리표를 떨쳐내지 못했는데 이번 CJ헬로 인수를 통해 유료방송시장 지각변동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내게 됐다. 

가장 다급한 상황에 몰린 것은 SK텔레콤이다. 

유료방송시장에서 13.9%의 점유율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SK텔레콤은 3위사인 CJ헬로와 4위사인 LG유플러스가 합병하면 3위로 밀려나게 된다. 

이 때문에 인수합병 전문가인 박 사장이 미디어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케이블TV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 사장은 1월 옥수수와 푹의 인수합병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케이블TV 인수합병에도 당연히 관심 많다”며 “유료방송시장에서 재편을 원하고 있는데 SK텔레콤도 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인수합병에 뜻을 내보였다. 

그는 1년가량 전인 2018년 1월에도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유료방송회사 인수합병은 확정된 것이 없지만 케이블TV와 통신사가 같이 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사장이 인수할 수 있는 매물로는 티브로드가 꼽히는데 예전부터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말도 들려온다. 

티브로드는 케이블TV업계 2위사인데 SK텔레콤이 인수에 성공하면 시장 점유율이 23.83%로 올라 LG유플러스의 턱 밑까지 따라갈 수 있다. 게다가 티브로드가 서비스하는 지역이 서울, 경기, 인천, 대구, 부산 등 인구 밀집지역인 만큼 경쟁력도 높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티브로드는 아직 공식적 매물로 나와 있지는 않다. 대주주인 태광그룹은 티브로드 매각에 보수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이 파격적 조건을 제시해야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현대HCN도 잠재 후보군으로 꼽힌다. 현대HCN 역시 서울 동작·관악·서초 등 서비스 지역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케이블TV 4위사이고 전체 유료방송시장에서 점유율이 4.1%에 불과한 만큼 박 사장이 현대HCN만 단독으로 인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밖에 딜라이브와 CMB도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딜라이브는 2년 전부터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매각 방침을 밝혔고 KT스카이라이프는 구체적 검토도 진행했다. 딜라이브는 최근 공식적으로 합산규제 도입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놓을 만큼 매각이 다급하다.

지난해 11월에 SK텔레콤이 인수를 검토하기 위해 딜라이브를 실사할 계획을 세웠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었다. 최근 딜라이브 인수가 KT 쪽으로 기울었지만 KT는 합산규제 재도입 가능성에 묶여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영등포와 충남, 대전, 세종에서 케이블TV사업을 하는 CMB는 지난해 지주사로 전환해 지분 매각이 수월한 구조로 바뀌었다. 

하지만 가입자당 매출(ARPU)이 낮은 8VSB(셋톱박스 없이 디지털 케이블방송을 제공하는 방식) 가입자가 많아 인수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MB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4.85%가량이다. 

현대HCN도 SK텔레콤의 인수 대상에 들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박 사장이 SK텔레콤의 지속성장을 위해 미디어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유료방송시장의 재편 과정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올해 들어서만 지상파3사와 협력을 통해 콘텐츠 강화의 발판을 마련해놓았고 미국 방송사 싱클레어와 미디어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했으며 하만과 차량용 미디어 플랫폼 구축에 손을 잡았다. 

1월 SK텔레콤의 미디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 직원들에게 박 사장은 “고객이 통신사를 선택할 때 미디어를 크게 고려하게 되면서 SK브로드밴드의 경쟁력이 SK ICT 패밀리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시대가 됐다”며 “미디어 서비스가 SK ICT 패밀리의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모든 경우의 수를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