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4차산업혁명에서 ‘쌀’로 여겨진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모든 영역에서 데이터의 활용이 더욱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AI와 빅데이터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푸는 데 대통령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 개인정보를 활성화한다면 나라 경제를 살리는 것은 물론 세계에 공헌할 수 있다.”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이 1월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2019 기업인과 대화’에 초대받은 자리에서 발언권을 데이터 활용의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요청에 썼다. 
 
황창규, 4차산업혁명 '쌀' 데이터로 KT 글로벌시장 진출 두드려

▲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빅데이터사업을 넓게 펼치고자 하는 황 회장의 의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10일 KT에 따르면 황 회장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을 기획해 글로벌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황 회장은 케냐 1위 통신사업자 ‘사파리콤’과 케냐 보건부, 케냐 정보통신부와 손을 잡고 글로벌 감염병 확산 방지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플랫폼 착공식을 열었다.

황 회장이 케냐에 구축하고 있는 감염병 방지 확산 플랫폼은 세계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보유한 고객들의 로밍기록 등 통신 데이터를 활용해 감염병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는 기능을 하는 플랫폼이다. 

케냐 보건부는 감염병 정보와 감염병 위험지역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이 지역을 여행하고 있는 관광객의 정보를 사파리콤을 통해 얻는다. 사파리콤은 관광객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개인 차원의 예방과 응대가 가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케냐 정부 당국은 관광객이 감염된 채 본국으로 돌아가게 됐을 때 감염병 노출현황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해당 국가에 제공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세계 여러 나라들의 정부 및 기관들이 협업해 세계 보건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이 플랫폼을 고안해낸 황 회장은 케냐를 시작으로 여러 국가 통신사업자들과 협약 체결을 타진하고 있다. 

황 회장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방지 시스템을 구상한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황 회장은 2016년 6월 유엔글로벌콤팩트 총회(UNGC Leaders Summit)에 참석해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지카 등 감염병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유엔 주도로 세계 통신사가 힘을 합친다면 감염병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그 뒤 빅데이터를 통한 감염병 방지 시스템을 구체화해왔다. KT가 2018년 다보스포럼에서 감염병 방지 시스템을 소개했을 때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황 회장에게 “KT 감염병 프로젝트는 엄청난 혁신(이노베이션)”이라고 격찬했다.

황 회장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관광 솔루션을 해외로 수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KT는 무선 통신망과 카드결제 데이터를 활용한 지역관광 활성화 솔루션을 개발했다. KT는 이 솔루션을 국내 관광지에 적용해 생산된 정보를 지방자치단체에 제공하고 있다. 

지자체는 지역관광 활성화 솔루션을 통해 관광객이 자주 머무는 지역, 이들이 관광지와 관련해 SNS에 쓴 연관어 등 다양한 정보를 얻어 관광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  

KT는 지난해 10월 중국 구리린(계림)에서 진행된 ‘12차 유엔 세계관광기구 태평양 지역 관광협회 관광 트렌드와 전망 포럼’에 한국 대표로 참석해 지역관광 활성화 솔루션을 소개했다. 

당시 윤혜정 KT 빅데이터사업지원단 상무는 “한국의 지자체 20%가 KT 빅데이터 기술을 관광정책 수립에 사용하고 있다”며 “이번 포럼을 계기로 관광 빅데이터 분야의 글로벌 진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가 보유한 빅데이터 자산은 어떤 사업을 펼칠 때 제반 상황이나 타깃 고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데서 사업의 성공 확률을 높인다”며 “황 회장은 KT의 빅데이터 자산을 통해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해 수출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