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게임산업의 규제 완화에 이전보다 긍정적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게임산업 비중은 높아진 반면 업황 전망은 불확실한 점을 감안해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 혁신성장 기조에 게임산업 규제완화 기대 품어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7일 서울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장에 들어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국회와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혁신성장 기조 아래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게임산업 규제도 일부 풀어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게임산업 규제는 거의 풀리지 않았다. 확률형 아이템이 사행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관련 규제를 추가하는 방안이 오히려 논의되기도 했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회사에서 결정한 확률에 따라 소비자가 투입한 가치보다 더 높거나 낮은 가치의 게임 아이템을 얻는 시스템을 말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기업인과 대화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과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을 부르는 등 게임업계와 접촉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김 사장은 7일 청와대의 벤처기업인 간담회에도 참석해 문 대통령을 두 번째로 만났다. 이때 문 대통령에게 “우리나라는 해외기업이 들어오기 쉬운 반면 우리나라 기업의 보호는 어렵다”며 “정부가 조금 더 스마트해지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추가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돌려서 전달한 셈이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국내기업에만 실질적으로 적용될 수 있어 ‘역차별’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기관도 게임 정책의 방향을 규제에서 육성으로 돌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상반기 안에 PC온라인게임을 이용하는 성인의 결제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결제한도는 성인 1인당 50만 원이다. 

게임 규제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는 2월 안에 확률형 아이템의 규제 내용을 확정하는데 현재는 업계의 자율규제 강화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 

이재홍 게임물관리위원장이 1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청소년이 확률형 아이템으로 피해를 보면 안 되지만 다른 규제로 업계의 성장을 막을 수도 없다”며 “게임업계가 결제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서 자율로 갔을 때 진정한 생태계가 구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앞으로 과감하게 지원할 서비스산업의 예시로 게임을 들면서 규제 완화가 추가로 추진될 가능성이 나온다. 

홍 부총리는 이전부터 게임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높게 평가하면서 규제를 걷어내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게임산업 수출액은 2018년 기준 42억 달러로 집계돼 콘텐츠산업의 전체 수출액 75억 달러에서 56%를 차지했다. 게임산업 종사자도 7만7천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게임산업의 성장 전망은 불투명하다. 중국의 판호(현지 판매) 불허 등 글로벌시장의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국내시장의 매출 증가폭도 매년 좁아지고 있다. 

대형 게임사 가운데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는 2018년에 2017년보다 적은 매출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된다. 중견·중소형 게임사들 상당수도 실적 악화를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주 NXC 대표이사가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 경영권을 팔려고 하면서 규제 이슈가 다시 불거진 점도 게임정책의 방향성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토론회에서 “넥슨 매각은 게임산업에 씌워진 굴레가 심각해 생긴 문제”라고 들었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도 성명을 통해 “넥슨 매각은 국내의 게임 규제가 산업을 얼마나 옥죄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황성기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 인사들이 게임 진흥을 이야기하고 있는 점을 일단은 높게 평가한다”며 “정부가 게임산업을 무조건 규제하기보다는 업계의 자율규제를 지원하면서 실효성을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