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가 미국과 실무협상의 핵심적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김 전 대사는 7일 평양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실무협상을 이틀째 진행하며 비핵화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협상 벌이는 북한 외교관 김혁철은 누구?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


북한과 미국의 두 번째 정상회담이 27일과 28일 열릴 것으로 확정돼 김 전 대사와 비건 특별대표의 만남은 정상회담의 의제를 최종적으로 조율하는 막바지 실무협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 전 대사는 1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사절단으로 동행하면서 북미 외교의 전면에 등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월22일 “비건 특별대표가 새롭게 지명된 그의 상대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 뒤 사절단이었던 김 전 대사에게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김 전 대사는 2014년 주스페인 대사로 임명됐다가 2017년 9월 북한의 핵실험 문제로 외교적 기피 인물로 선정돼 스페인에서 추방됐다. 그 밖의 경력에 관해서 명확히 확인된 게 거의 없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블로그 ‘태영호의 남북동행포럼’에서 김 전 대사를 외무성 전략부서에서 경력을 시작한 전략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김 전 대사는 리용호 외무상의 총애를 입으며 체계적으로 길러진 인물이다. 30대에 외무성 참사로 초고속 승진을 한 엘리트이기도 하다.

복수의 해외 언론들은 백악관과 외교가 관계자를 인용해 김 전 대사가 과거 제네바 북한 대표부에서 군비 감축업무를 담당했고 핵무기 관련한 협상 전문가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 전 대사가 비핵화 의제를 조율하는 실무협상의 적임자로 외교 무대에 나온 것이란 말도 나온다.

김 전 대사는 현재 국무위원회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철 부위원장 등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김 전 대사는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란 직함으로 미국 쪽에 소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언론 교도도 미국 외교가 소식통을 인용해 김 전 대사가 국무위원회 소속이라고 보도했다.

국무위원회는 김정은 위원장의 직속 기관인 만큼 김 위원장의 뜻을 실무회담에 반영하기 위해 김 전 대사가 투입됐다고 볼 여지도 있다.

김 전 대사는 1971년 생으로 2000년대 초에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파악된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김 전 대사는 평양외국어학원 프랑스어과를 거쳐 평양외국어대학 프랑스어과를 졸업했다. 북한 외무성에 들어가 외교정책과 전략을 세우는 정책국에서 일했다고 한다.

김 전 대사의 아버지도 외교관으로 캄보디아 주재 북한 대사로 있었다고 알려졌다.

태 전 공사는 “김 전 대사가 2006년 북핵 실험과 관련한 대응에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외무성 부국장으로 승진했고 김정은이 집권한 뒤 참사로 승진했다”며 “북한 외교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다들 놀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