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두둑한 현금을 바탕으로 비은행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할까.

7일 증권사 리포트와 하나금융그룹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하나금융그룹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자본 건전성을 크게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두둑한 현금 바탕으로 비은행부문 키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보통주 자본비율이 12.86%로 2017년 말보다 0.12%포인트 좋아졌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다음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보통주 자본비율은 우선주배당 등에 쓰이지 않는 보통주 자본금을 전체 자산으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사업투자나 인수합병 등에 쓸 수 있는 자본금이 많다는 뜻이다.

하나금융그룹의 지난해 실적이 지주사 설립 이래 사상 최대를 달성하면서 자본 건전성도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태 회장은 그룹의 자금 사정이 나아진 만큼 비은행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요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하나생명이나 하나캐피탈에 유상증자를 실시할 것으로 유력하게 관측된다.

하나캐피탈은 지난해 3월 하나금융그룹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자금을 지원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아직까지 유상증자를 실시하지 못했다.

하나생명은 지난해 한 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했지만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라 추가 자본 확충이 절실하다.

주요 계열사 가운데 하나금융투자 역시 금융지주의 자금 지원이 필요한 처지였지만 지난해 두 차례 유상증자를 받으면서 당분간 몸집 키우는 데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그룹은 생명보험이나 카드회사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시장 점유율이 낮은 편”이라며 “향후 비은행 부문 이익개선이 그룹 수익성 개선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태 회장은 2025년까지 비은행 이익비중을 30%까지 올리겠다고 정했지만 아직까지 하나금융그룹의 비은행부문 이익 비중은 10%대에 머물고 있다.

두둑한 현금을 기존 계열사에 지원해 자체 규모를 키우는 수순을 밟지 않고 인수합병에 쏟아 넣으면서 단번에 비은행 몸집을 키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롯데그룹이 실시한 롯데카드 매각 예비입찰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카드는 롯데백화점이나 롯데마트 등 유통 계열사 위주의 고객 기반이 탄탄한 데다 회원 수가 770만 명 정도에 이르러 카드업계에서 탐나는 매물로 꼽힌다. 하나카드와 합병하면 단숨에 업계 순위 3위 안에 진입할 수 있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그룹이 높은 자본 적정성을 바탕으로 인수합병을 통한 비이자이익 부문 확대, 기업대출 등으로 외형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