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비 타당성 조사의 면제대상에서 수도권 주요 사업들을 제외했다. 

지역 균형발전을 예비 타당성 조사의 면제 명분으로 앞세운 점을 감안해 비수도권에 힘을 실었다. 다만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의 ‘역차별’ 반발은 앞으로 해소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대상에 수도권 빠져 지자체장 볼멘 소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예비 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프로젝트들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9일 확정한 예비 타당성 조사의 면제 대상 프로젝트 23건을 살펴보면 수도권 중심 사업은 도봉산 포천선(1조 원)과 인천 영종-신도 남북평화도로(1천억 원) 2건에 머물렀다. 

경기도 남양주와 강원도 춘천을 잇는 제2경춘국도(9천억 원), 경기도 평택과 충청북도 오송 전철의 복복선화(3조1천억 원)도 들어갔지만 이 프로젝트들은 서로 다른 지역을 잇는 광역교통망으로 분류돼 수도권 중심 사업으로 보기에는 거리가 있다.

반면 서울 동부간선도로 확장, 인천 송도와 경기 남양주 마석을 잇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 노선, 수원 신분당선의 호매실구간 연장 등 주요 수도권 사업들은 예비 타당성 조사의 면제 대상에서 탈락했다.

서울 동부간선도로는 사업비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수조 원대로 추산된다. GTX-B노선은 5조9천억 원, 신분당선의 호매실구간 연장은 1조1646억 원 정도의 사업비를 잡고 있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 때문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결국 무산됐다.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인구와 자본 부족으로 대규모 건설·연구개발에 필요한 예비 타당성 조사의 경제성 기준을 맞추기 힘들다고 호소해 왔다. 그런데 정부가 수도권 사업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면 비수도권과 격차를 오히려 벌린다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도 “이번에 예비 타당성 조사의 면제를 추진했던 취지가 지역 균형발전인 만큼 수도권 사업을 원칙적으로 뺐다”며 “면제대상에 포함된 수도권 사업은 낙후된 접경지역인 점을 감안해 선정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수도권 부동산시장의 안정화도 이번에 비수도권 위주로 예비 타당성 조사의 면제대상을 선정한 일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개별 프로젝트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규모 프로젝트의 예비 타당성 조사가 면제되면 개발 지역의 토지 가격이 단기간에 오를 수 있다”며 “보상금 등으로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주택 가격의 상승에도 중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자체에서 예비 타당성 조사의 면제를 신청한 사업에는 3기 신도시와 연관된 GTX-B노선 등 부동산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사업들이 포함돼 있다. 수도권 부동산가격이 2018년에 폭등했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예비 타당성 조사의 면제를 선택하는 일이 쉽지 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번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한 사업들은 도심이나 인구가 모여있는 지역이 아니라 사회간접자본이나 산업단지와 연관돼 있다”며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수도권 지자체들은 예비 타당성 조사의 면제대상에서 탈락한 사업의 후속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도권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9일 트위터에서 “신분당선의 호매실 연장사업이 예비 타당성 조사의 면제대상에서 빠진 점은 안타깝다”며 “택지를 개발할 때 정부가 약속했던 만큼 연장사업이 조속히 추진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염태영 경기 수원시장이 청와대를 직접 찾아 수도권 역차별의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의 인천 지역구 의원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GTX-B노선의 종착지인 인천 송도와 경기도 남양주는 출퇴근에만 하루에 2시간 넘게 걸리는 교통복지 낙후지역”이라며 “GTX-B노선이 예비 타당성 조사의 면제대상에서 빠진 점은 명백한 수도권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수원 호매실지구와 인천 송도 주민들이 예비 타당성 조사의 면제대상 탈락에 항의하면서 집회를 각각 예고하는 등 현지 민심도 들끓고 있다.

정부는 3기 신도시와 연관된 GTX-B노선을 놓고 이 사업의 경제성이 비교적 높은 만큼 예비 타당성 조사를 2019년 안에 마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3월에 나오는 수도권 교통대책을 통해 GTX-B노선을 비롯한 수도권 사업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방안이 다시 추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 부총리도 “수도권 광역교통망의 개편대책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