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사업을 두고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 결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발행어음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대형 증권사들도 금융당국의 결정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제재 장기화 조짐에 대형 증권사 '답답'

▲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25일 금융감독원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금감원은 24일 오후 개최한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사업과 관련한 안건을 논의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만큼 이번 제재심의위원회에서는 제재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제재 수위가 확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인사철이 맞물려 있는 데다 제재심의위원회가 결정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증권선물위원회 및 금융위원회 회의를 또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1월 초 이번 사안을 담당했던 국장급 실무진들을 다른 부서로 옮기는 인사를 실시했으며 2월 초에는 부국장 및 팀장급 인사도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을 포함한 대형 증권사들은 발행어음사업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결정이 미뤄지면서 답답해 하고 있다. 

이전까지 발행어음사업과 관련해 제재를 받은 사례가 없었던 데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총수익 스와프(TRS)가 증권가에서 자주 사용되던 형태였던 만큼 긴장을 늦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이 자산관리를 맡는 특수목적법인(SPC) ‘키스아이비제16차’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총수익 스와프(TSR) 계약을 맺은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최 회장은 이 계약으로 특수목적법인이 사들인 SK실트론 지분 19.4%에 연동된 총수익을 얻는 대신 수수료를 지급했다.

키스아이비제16차는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사들였는데 금감원은 이를 사실상 ‘개인대출’로 해석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발행어음으로 얻은 자금은 개인 신용공여나 기업금융과 무관한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없다.

현재 발행어음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다. KB증권은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에 발행어음인가를 신청했으며 올해 1분기 안에 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금융그룹의 ‘내부거래’ 지적을 받으며 인가가 미뤄지고 있다. 공정위의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발행어음 인가절차에 다시 시동을 걸 계획을 세워뒀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제재 수위에 따라 발행어음사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이 한국투자증권에 강도 높은 제재를 결정하면 NH투자증권이나 KB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다른 증권사들도 공격적으로 발행어음사업을 벌이기가 조심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금감원으로부터 어떤 제재를 받든 결과가 하루 빨리 나와야 다른 증권사들도 향후 발행어음사업과 관련한 방향을 설정할 때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2월에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사업을 두고 다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