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해임 위기에서 벗어나 '고의 분식회계' 결정을 놓고 장기전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 혐의에 관한 증권선물위원회의 행정조치에 불복해 법원에 제출한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제재를 무효화하기 위한 행정소송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장기전 펼칠 진지 구축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22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권선물위원회의 고의 분식회계 제재를 놓고 서울행정법원에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법원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김 대표는 해임 등의 불안요소 없이 분식회계 혐의를 벗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법원에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다행”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으로 있을 본안 소송에서도 회계처리의 정당성이 입증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의 결정에 따라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내린 제재의 효력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소송의 결과가 나온 뒤 30일이 되는 날까지 중단된다.

법원은 고의 분식회계 혐의를 놓고 다툼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당장 제재를 가하면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변호인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1차 심문기일에서 “현재 사내이사가 김 대표와 김동중 전무(CFO) 두 명 뿐이라 이들을 해임한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엄청난 혼란이 나타날 것”이라며 “바이오산업은 보통 사업의 기간이 길기 때문에 김 대표의 임기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증권선물위 측은 “해임권고에 따른 기업의 손해는 불명확하고 개인의 손해는 제3자의 손해로서 금전적 보상이 가능하다”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저지르지 않았다라는 신호를 사회에 줄 수 있어 우려된다”고 대응했다.
증권선물위는 2018년 11월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증권선물위가 판단한 분식 규모는 4조5천억 원 정도다.

증권선물위는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고 대표이사와 재무담당(CFO)이사의 해임 권고, 80억 원의 과징금 부과, 재무제표 수정, 감사인 지정 3년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에 불복해 2018년 11월27일 “모든 회계처리를 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했다”며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행정조치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이겼지만 고의 분식회계 혐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어서 남아있는 행정소송에서 증권선물위를 상대로  법정공방 2라운드를 펼쳐야 한다.

증권선물위는 서울행정법원의 제제 효력정지 결정를 놓고 22일 의견자료를 통해 “법원 결정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본 뒤 즉시항고 여부 등 앞으로 대응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이와 별개로 본안 소송 준비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