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혁신산업 육성 의지에 힘입어 셀트리온의 새 사업에서 힘을 받을까?

문 대통령은 15일 대기업과 중견기업인 등 13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2019 기업인과 대화’를 열고 바이오 등 혁신산업 분야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서정진, 문재인의 바이오 지원에 셀트리온 새 사업도 힘 받을까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서 회장은 이날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한국콜마 대표들과 함께 제약바이오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각 산업의 현안을 두고 토론을 나눈 뒤 약 25분 동안 청와대를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청와대가 공개한 브리핑자료에 따르면 서 회장은 산책을 하면서 문 대통령에게 “세계 바이오시장이 1500조 원 규모인데 한국은 10조 정도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외기업들이 한국을 바이오산업의 전진기지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저희(한국 바이오기업들이)가 삼성 등과 같이 하면 몇 백조는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문 대통령이 한국 이공계의 우수한 인재가 제약바이오산업의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겠다고 말하자 “해외기업이 한국과 같이 일하려고 하는 것은 일하는 스타일 때문”이라며 “대통령께서 주 52시간 정책을 펼쳐도 우리 연구원들은 짐을 싸들고 집에 가서 일한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셀트리온이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는 단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종합 글로벌제약회사로 도약하려는 시점에 서 회장이 문 대통령을 만난 것은 의미가 있다.

서 회장은 중국시장 진출에 한창 힘을 쏟고 있던 2017년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 경제사절단에 참가해 중국 진출의 발판을 다지기도 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확보하고 있지만 최근 국내외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바이오시밀러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보탬이 될 수 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의 사업영역을 인공지능(AI) 원격진료와 간호사 파견 서비스 등으로 넓혀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런 사업들을 놓고 북유럽 국가들과 협의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원격진료와 간호사 파견 서비스, 해외 의료진단기기기업 인수 등은 가능성이 있는 사업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현행법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원격진료 등이 아직 허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정부가 바이오 등 새로운 산업의 규제를 완화할 기조를 보이는 점은 셀트리온에겐 긍정적 변화다. 수소, 바이오 등 새로운 산업이 모호한 규제와 제도 공백에 얽매이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마련한 ‘규제 샌드박스’ 제도도 1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서 회장은 앞서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셀트리온 3공장에서 생산할 물량 가운데 일부는 국내 생산공장으로 돌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서 회장은 "원래 36만 리터 규모의 공장을 해외에 지으려고 했지만 국내 경제 문제를 고려해 12만 리터는 국내 인천 송도에 짓는 방향으로 추진했다"며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경제 상황과 우리 회사 현실을 조화롭게 고려해서 가급적이면 서로에게 최대한 효율적 방법이 되도록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진, 문재인의 바이오 지원에 셀트리온 새 사업도 힘 받을까

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다섯번째)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왼쪽에서 일곱번째)을 비롯한 130여 명의 기업인들을 초청해 대화를 나눈 뒤 산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이날 행사에 참여한 130여 명의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인들에게 고용 창출과 투자 등을 당부했는데 서 회장이 바이오산업에서 '선물'을 미리 안긴 셈이다. 

서 회장은 20년 남짓한 시간 동안 셀트리온을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분야의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내면서 바이오산업이 정부 차원에서 육성할 필요와 가치가 있는 산업이라고 말해왔다.

바이오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클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 고령화에 따른 질병인구 증가로 정부예산 부담 증가 등 정부 정책적 문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산업이라는 것이다.

6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제약·바이오 투자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는 한국의 바이오기업들에 해외 투자자와 기업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한국기업들의 기술력과 성장성이 인정을 받은 것이다. 한국바이오기업들은 최근 바이오신약부문에서 기술수출 계약을 맺는 등의 성과도 보이고 있다.

이런 시기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이 더해진다면 한국 바이오산업이 한 단계 크게 도약할 힘이 실릴 수 있다. 

서 회장은 4일 “바이오산업이 미래 한국을 살리는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정부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2019 기업인과 대화’에서 “수소경제, 미래자동차, 바이오산업, 에너지신산업, 비메모리반도체, 5G 기반 산업, 혁신 부품과 소재장비 등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커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