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확보할까

2018년 11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중간지주회사는 상장 손·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지분율은 20.1%에 불과해 9% 이상의 추가 지분을 확보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박정호,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지분 확보자금 어떻게 마련할까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11일 SK텔레콤에 따르면 박정호 사장이 조만간 SK하이닉스 지분 확보에 나서는 방안을 결정할 수 있다.

반도체업황 악화로 주가가 하락한 요즈음이 SK하이닉스 주식을 매입할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박 사장도 8일 미국 라스베가스 ‘CES 2019’에서 올해 안에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해외투자자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이 SK하이닉스 지분 확보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관한 것”이라며 “SK하이닉스 주가를 보면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반도체기업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지분 확보에 필요한 자금 규모가 크게 줄었다.

박 사장이 중간지주회사체제를 언급한 지난해 8월 말만 하더라도 당시 주가 기준으로 SK하이닉스 10%룰 취득하려면 5조8천억 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해 8월30일 종가 기준으로 8만2700원에서 이날 6만51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10% 주식을 매입하는데 드는 비용은 4조7천억 원으로 줄었다.

박 사장은 SK텔레콤이 이동통신(MNO)사업을 물적분할한 다음에 이동통신사업회사를 재상장할 때 구주매출을 통해 큰 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물적분할하면 투자회사가 사업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되는데 이통통신 사업회사를 재상장하면서 보유하고 있는 사업회사 주식 일부를 매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SK하이닉스가 자사주를 소각해 투자회사의 지분율을 높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자사주 4400만주(6%)가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SK하이닉스가 추가로 지분을 더 매입해 소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SK하이닉스가 자사주(6%)를 모두 소각한다면 SK텔레콤은 지분율이 21.4%로 올라가 1.3%가량의 지분율 상승효과를 얻게 된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자사주가 6%인데 이것만 소각하면 효과가 적을 것”이라며 “SK하이닉스 주주가치를 높이고 SK텔레콤의 지분율 확보에도 도움이 큰 만큼 자사주를 추가 매입해 소각하는 것도 여러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방법은 SK케미칼이 썼던 방법이기도 하다. SK케미칼은 지주사 전환에 앞서 보유 자사주 8%를 소각했는데 이를 통해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비롯한 대주주의 SK케미칼 지분율이 20.7%에서 22.5%로 높아졌다.

박 사장은 SK텔레콤 회사채 발행을 통해서도 자금 마련이 가능하다.

현재 지주사 전환을 앞둔 우리은행도 지주사 전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7월 4천억 원(3억 달러) 규모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특히 최근 동종업계에 있는 KT 회사채가 흥행에 매우 성공한 만큼 SK텔레콤이 대규모 자금 마련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KT는 5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를 모집했는데 1조4600억 원 규모의 투자자들이 몰렸다. 

SK텔레콤과 KT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AA(안정적)’으로 초우량 등급으로 매겨져있다.

박 사장은 SK텔레콤 자회사들의 배당으로도 일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자회사들로부터 받는 배당수익은 꽤 규모가 크다. 지난해 배당금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1천억 원 가량이었다.

지난해 SK텔레콤의 실적 급감에도 SK하이닉스 배당 덕분에 SK텔레콤 재무구조가 개선됐다는 증권가 분석이 많기도 했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직 자금 마련 방안을 놓고 논의되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