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기를 찾고 있다.”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 건설인 신년인사회’에서 롯데캐슬보다 한 단계 높은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의 출시 시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오늘Who] 하석주, 롯데건설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언제 꺼낼까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


그는 “강남권 등에서 분양이나 수주전이 있어야 하지 아무 때나 프리미엄 브랜드를 꺼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권에서 대규모 수주전이 펼쳐진다면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조합이 7일 임시 총회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공권을 취소하면서 서울 강남권에 대규모 수주전이 예고됐다.

하 사장이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사업에서 새로운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를 선보일까?

8일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현재 롯데건설과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 4개 건설사가 시공 입찰의향서를 제출하고 재건축사업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조합 측에서 시공 참여 의향을 묻는 요청이 와서 참여 의사를 전달한 상황”이라며 “7일 조합 총회에서 시공사 재선정 결정이 난 만큼 이제부터 사업성 등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사업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사업은 전용면적 72㎡ 1490가구 규모의 단지를 지하3층~지상35층, 17개 동, 2091가구 규모의 단지로 바꾸는 사업으로 사업비는 8087억 원에 이른다. 2018년 서울에서 맺어진 도시정비사업 계약 가운데 사업비 규모가 가장 크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조합은 2018년 7월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했는데 사업 추진 과정에서 특화설계, 공사범위, 공사비 등 세부사안을 놓고 갈등을 빚다 결국 7일 임시총회에서 새로운 시공사를 찾기로 결정했다.

하석주 사장이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카드를 통해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사업 수주전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나온다.

하 사장은 1958년생으로 1983년 롯데칠성음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정통 롯데맨이다.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등을 거쳐 2001년부터 롯데건설에서 일해 2017년 2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롯데건설에서 경영지원실장, 주택사업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맡아 국내 주택사업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 사장은 건설업계 흐름에 따라 2017년부터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수차례 밝혔지만 여태껏 적절한 시기를 잡지 못해 출시를 미뤘다.

현대건설이 디에이치, 대림산업이 아크로, 대우건설이 푸르지오써밋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워 서울 강남권 수주전을 진행하는 것과 사뭇 달랐다.

그사이 롯데건설은 재건축과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매년 1조 원대의 일감을 따내는 선방에도 10대 건설사 가운데 순위는 항상 중위권에 머물렀다.

롯데건설은 2018년에도 1조5262억 원 규모의 도시정비사업 일감을 따내 4위에 그쳤다.
 
[오늘Who] 하석주, 롯데건설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언제 꺼낼까

▲ 롯데캐슬 브랜드 로고.


부동산114와 한국리서치가 2018년 10월 전국 성인남녀 504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브랜드가 아파트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92%가 ‘영향을 미치는 편이다(50%)’ 또는 ‘매우 영향을 미친다(42%)’고 대답했다.

브랜드가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준다는 소비자 인식이 큰 만큼 롯데건설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통해 경쟁력을 일찌감치 강화했다면 도시정비사업 수주순위에 변화가 있었을 수 있다.

일례로 롯데건설이 지난해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사업을 따냈다고 가정하면 롯데건설의 2018년 도시정비사업 신규 수주 규모는 2조3천억 원으로 확대돼 단숨에 1위에 오르게 된다.
 
다만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사업 수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 사장이 선제적으로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를 꺼내드는 일은 부담일 수 있다.

롯데건설은 그동안 서울 강남권에서 벌어진 대규모 수주전에서 조합원들이 원하면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보이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 사장이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사업 역시 수주 과정에서는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약속을 하고 실제 브랜드 출시는 수주를 따내고 난 뒤 분양시점 등으로 미룰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재건축사업 자체의 시공사 재선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재건축조합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출시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구체적 시기와 적용 단지 등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