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최측근인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이사 부회장이 중책을 맡았다. 

김 부회장은 세계 최대 바이오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셀트리온그룹의 대표로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셀트리온과 사업전략을 알린다.
 
[오늘Who] 셀트리온 '창업공신' 김형기, 글로벌 바이오무대에 선다

▲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이사 부회장.


김 부회장은 셀트리온 창업 원년멤버로서 그동안 서 회장의 ‘방패’이자 ‘해결사’ 역할을 맡아왔는데 이번 행사에서 발표자로 나서면서 그룹 내 역할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김형기 부회장은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제37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셀트리온이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와 ‘허쥬마’의 현지 마케팅 전략을 공개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김형기 부회장이 직접 발표자로 나서 미국 사업전략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바이오분야의 세계 최대 투자행사로 50여 개 나라에서 1500여 명의 관계자 등 총 3만여 명이 참석한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주최 측은 엄격한 심사기준으로 선정한 기업에게만 행사기간에서 정식으로 발표할 기회를 준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메인트랙(행사장)보다 한 단계 낮은 ‘아시아트랙’에서 발표 기회를 얻었고 서정진 회장이 직접 발표를 진행했다.

셀트리온은 이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는 처음으로 메인트랙에서 발표한다.

셀트리온이 주최 측으로부터 메인트랙 발표 기회를 얻은 이유는 셀트리온이 지난해12월 미국 식품의약국로부터 항암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와 허쥬마의 판매허가를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룩시마는 로슈의 혈액암치료 바이오의약품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이고 허쥬마는 로슈의 유방암 치료 바이오시밀러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다.

리툭산의 미국시장 규모는 약 5조 원, 허셉틴 미국시장 규모는 3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리툭산 미국 특허는 올해 1월 끝나고 허셉틴은 6월에 끝나기에 셀트리온의 미국시장 진출은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김 부회장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셀트리온 발표자로 나서는 것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의 판매대행법인으로서 글로벌 판매 전략 수립과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현재 김 부회장과 김만훈 사장이 각자대표를 맡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3월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셀트리온 대표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로 자리를 이동했다.

당시 김 부회장과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가 동시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는데 이를 놓고 서정진 회장이 기우성-김형기 ‘투 톱’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부회장은 셀트리온의 ‘창업멤버 6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서정진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김 부회장은 1965년 충청남도 당진 출생으로 서강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1986년 대학 졸업 이후 대우자동차에 입사해 경영기획업무를 맡았다.

대우그룹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핵심인재에게만 혜택을 주는 미국 MBA(경영대학원)과정 지원 대상자로 뽑혔고 1996년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대우그룹이 무너지면서 서정진 회장을 중심으로 대우자동차 기획실에서 일했던 6명이 힘을 합쳐 자본금 5천만 원의 벤처기업 ‘넥솔’을 만들었다. 넥솔은 셀트리온의 전신이 됐다.

김 부회장은 이후 셀트리온에서 ‘해결사’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특히 해외투자 유치에 공을 세웠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정했지만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았다. 당시에는 바이오사업의 사회적 인식이 빈약했다.

김 부회장은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글로벌 투자자들을 일일이 만나 투자 유치에 온힘을 쏟았고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과 JP모건 등으로부터 1조 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

2008년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014년 말 사장으로 승진했다. 2015년부터는 기우성 사장과 함께 셀트리온 공동대표이사를 맡았고 지난해 3월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이사 부회장이 됐다.
 
[오늘Who] 셀트리온 '창업공신' 김형기, 글로벌 바이오무대에 선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018년 1월11일 제36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셀트리온그룹에서 전략기획과 재무관리 능력을 인정받아 사실상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김 부회장은 각종 회계 논란에 적극 대처하면서 ‘서 회장의 방패’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셀트리온이나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각종 회계 논란에 휘말릴 때마다 직접 언론에 나서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김 부회장이 지난해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로 이동한 배경을 놓고도 당시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지난해 2분기에 국내 판권을 셀트리온에 재판매한 것을 놓고 최근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지자 이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김 부회장을 향한 서정진 회장의 신임은 두텁다.

서 회장은 지난해 8월 임직원 조회를 통해 그룹 부회장 및 대표이사에게 국내 경영을 일임하고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과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신사업 구상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부회장은 현재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를 맡은 이후 유럽 등 해외에서 직판 체제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략기획과 재무관리에서 마케팅으로도 보폭을 확대했다고 볼 수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글로벌 판매전략을 총괄하고 있다”며 “김 부회장은 영어가 매우 유창하다”고 말했다.

서정진 회장이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직접 참석할지, 발표를 맡게 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