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업황 호조로 삼성SDI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잡은 원통형 배터리사업에 투자를 늘리는 등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삼성SDI는 원통형 배터리의 공급 분야를 전기차까지 다변화해 경쟁이 치열한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기술력을 차별화하고 고객사 기반을 넓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전영현, 삼성SDI 원통형 배터리 더 키워 전기차 공략에 박차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31일 "전기차시장이 2019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업계의 관심을 끌 것"이라며 "삼성SDI가 성장이 가장 기대되는 업체로 꼽힌다"고 바라봤다.

삼성SDI는 한국과 유럽 헝가리, 중국 시안 공장에서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를 생산하며 세계 자동차 고객사의 수주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은 경쟁사인 LG화학과 비교할 때 30% 수준에 그치지만 현재까지 전기차 배터리 누적 수주 규모는 LG화학의 70%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장 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의 생산 능력을 집계할 때 원통형 배터리와 같은 소형 배터리는 반영되지 않아 이런 착시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바라봤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소형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는 의미다.

삼성SDI는 소형 배터리사업에서 전동공구와 노트북, 가전 등에 사용되는 원통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며 세계 원통형 배터리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원통형 배터리의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되며 평균가격도 오르고 있어 삼성SDI의 실적에 기여하는 폭이 커지고 있다.

전영현 사장은 최근 중국 톈진의 삼성SDI 원통형 배터리 생산단지에 새 공장 건설계획을 결정하며 사업 확대에 더욱 힘을 실었다. 투자 규모는 약 9천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원통형 배터리의 수요가 전자제품뿐 아니라 전기차시장에서 더 가파르게 증가할 가능성을 예상해 전 사장이 적극적 시설 투자로 더 큰 성장의 기회를 노리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자제품 1대에 사용되는 원통형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10개 미만인 반면 전기차 1대를 생산하려면 보통 수천 개의 배터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최근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가 채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가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수요를 끌어당기고 있는 셈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톈진 공장을 증설한 뒤 생산되는 원통형 배터리는 전기차 고객사에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해외 고객사와 공급계약을 맺는 등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테슬라는 전기차에 주로 사용되던 각형이나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일본 파나소닉의 원통형 배터리를 채용하며 전기차시장에서 처음으로 원통형 배터리의 주요 수요처로 자리잡았다.

삼성SDI가 원통형 배터리 시설 투자로 안정적 공급 능력과 원가 경쟁력 확보에 모두 성과를 낸다면 다른 완성차 고객사들도 전기차에 원통형 배터리 탑재를 적극 검토할 공산이 크다.

원통형 배터리는 규격이 일정하기 때문에 다양한 고객사의 주문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대량생산을 할 때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밀도를 갖추고 있어 경쟁이 치열한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삼성SDI가 기술력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여지도 크다.
 
전영현, 삼성SDI 원통형 배터리 더 키워 전기차 공략에 박차

▲ 삼성SDI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원통형 배터리 솔루션.


삼성SDI가 계열사인 삼성전기의 톈진 자동차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공장 증설과 비슷한 시기 투자를 벌이는 점을 볼 때 이미 중국에서 고객사와 공급 논의가 진행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자동차기업이 전기차에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 탑재를 결정했거나 테슬라 등 중국 진출 확대를 준비하는 업체가 삼성SDI에 배터리 물량 공급을 주문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 연구원은 세계 전기차시장이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하며 전기차 배터리의 수요가 크게 늘겠지만 동시에 배터리기업들 사이 물량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 사장은 과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으며 물량 경쟁이 중요한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봤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삼성SDI 배터리사업에서도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 연구원은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증설 속도는 세계 경쟁사와 비교해 부진하겠지만 전기차시장의 성장에 큰 수혜를 볼 가능성은 뚜렷하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