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포함한 세계 스마트폰업체가 디자인 차별화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면서 다양한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새 스마트폰 출시를 늘리고 있다.

편광필름 등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삼성SDI가 고객사의 스마트폰 디자인 변화에 맞춰 고부가 소재 공급을 늘리면서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 스마트폰 디자인 경쟁 덕에 디스플레이 소재 수혜 커져

▲ 삼성전자 갤럭시A8S의 '피어싱'과 애플 아이폰XS의 '노치' 디자인.


24일 삼성SDI에 따르면 최근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고객사에서 '노치'와 '피어싱' 등 다양한 형태의 디스플레이 편광필름 주문이 늘고 있다.

애플 아이폰XS 등 스마트폰에 적용된 노치 디자인은 화면 크기를 최대한 늘리는 동시에 전면 카메라와 스피커 등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화면 윗부분을 일부 잘라낸 형태다.

피어싱 디자인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전면카메라가 차지하는 부분만 구멍을 낸 형태로 삼성전자가 최근 중국에 출시한 '갤럭시A8S'에 적용됐다.

삼성SDI 관계자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편광필름 소재를 노치와 피어싱 형태로 잘라내는 공정은 쉽지 않다"며 "그만큼 생산단가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용 편광필름은 공정 기술력이 까다로워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수요가 늘면 기술력이 앞선 삼성SDI가 큰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LCD와 올레드패널에 모두 쓰이는 디스플레이 편광필름은 삼성SDI의 안정적 수익원으로 꼽히는 전자재료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고부가 편광필름 수요가 늘어나면 삼성SDI의 실적에 기여하는 폭도 커질 수 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SDI가 스마트폰의 노치 디스플레이용 편광필름 수요에 대응해 공급 비중을 늘리면서 스마트폰사업의 침체에 따른 성장 부담을 만회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SDI는 세계 스마트폰 1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1위 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를 계열사이자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개발자회의에서 '인피니티O'와 '인피니티V', '인피니티U' 등으로 이름붙인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10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뿐 아니라 중저가 스마트폰에도 새로운 형태의 디스플레이 적용을 확대하면서 삼성SDI의 고부가 편광필름 공급 증가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도 최근 디스플레이 디자인 변화에 집중해 소비자 수요를 자극하는 전략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삼성SDI에 수혜폭이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화웨이와 오포 등 제조사가 내년부터 출시를 앞둔 폴더블(접는) 스마트폰도 삼성SDI의 디스플레이 소재사업에 새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삼성SDI는 현재 국내외 고객사의 접는 스마트폰에 공급을 목표로 핵심 소재인 OCA(광학용 투명접착필름)을 개발하고 있다.

OCA는 접는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의 특성상 휘어질 때 여러 겹의 패널 소재가 서로 뜨는 현상을 막기 위해 사용되는 접착용 소재다.

한 대의 스마트폰에 여러 장의 OCA 소재가 쓰일 수도 있는 만큼 접는 스마트폰 출시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면 삼성SDI의 디스플레이 소재 공급 실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 스마트폰 디자인 경쟁 덕에 디스플레이 소재 수혜 커져

▲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삼성SDI는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소형 배터리와 전기차에 사용되는 중대형 배터리사업을 중요한 성장 축으로 삼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소형 배터리 특성상 IT업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세계 업체들 사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단기간에 큰 폭의 영업이익 증가를 낙관하기 어렵다.

반면 전자재료사업은 수익성이 비교적 높을 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세계 최상위 기업이 주요 고객사로 자리잡고 있어 삼성SDI의 실적에 안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장 연구원은 삼성SDI가 올해 전자재료사업에서 영업이익 2882억 원을 볼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연간 전체 영업이익 추정치에서 약 40.5%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전자재료사업 특성상 기술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꾸준히 기존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