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와 LG화학이 일제히 중국에서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공장 투자에 속도를 내며 시장 진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이 향후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국 배터리업체가 경쟁에서 이탈할 공산도 크다.
 
삼성SDI와 LG화학, 중국 전기차시장 진입 확신해 배터리 투자 확대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사장(왼쪽)과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일 "미국과 중국이 전기차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무한경쟁'을 시작했다"며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삼성SDI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에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

최근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에서,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서 일제히 수조 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투자를 결정하며 배터리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삼성SDI는 중국 시안공장을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생산거점으로 삼고 있는데 이른 시일에 시안에 새 공장을 짓고 중국 톈진공장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도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 상하이금속거래소와 신화통신에 따르면 삼성SDI는 시안에 1조7천억 원 규모의 제2공장 투자를, 톈진의 전기차 배터리공장에는 약 9천억 원 수준의 증설 투자를 앞두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시안 제2공장 투자는 검토 단계고 톈진에는 원통형 배터리의 생산 증설을 확정했다"며 "원통형 배터리를 전기차 고객사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의 중국 배터리 추가 투자는 LG화학이 중국 시안에 이어 난징에 2조 원을 넘게 들이는 전기차 배터리 제2공장 건설계획을 내놓은 뒤 알려졌다.

LG화학은 투자계획을 밝힌 뒤 콘퍼런스콜을 통해 "새 전기차 배터리공장은 2020년부터 중국 내수시장의 수요에 대응하는 기지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SDI 관계자도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수요 증가를 감안해 중국 공장에 투자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와 LG화학이 장기간 '난공불락'으로 꼽히던 중국 전기차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다는 강력한 확신을 품고 일제히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것으로 해석된다.

로이터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삼성SDI와 LG화학은 2020년부터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투자 확대를 결정했다.

중국 정부가 2015년 말부터 한국을 포함한 거의 모든 해외업체 배터리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뒤 약 4년만에 다시 중국시장에 진입할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한편으로 2019년부터 주행 거리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전기차 배터리의 보조금 지급을 대폭 축소하거나 중단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 배터리 기술력이 떨어지지만 정부 지원을 받아 성장했던 다수의 현지 배터리기업이 삼성SDI와 LG화학에 수요를 대거 빼앗기며 시장 판도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변화하면 곧바로 배터리 공급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중국에 진출한 완성차기업과 꾸준히 사업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 정부가 삼성SDI와 LG화학 등 해외 배터리업체의 진입을 놓고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 지 확정되지 않아 전망이 다소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삼성SDI와 LG화학, 중국 전기차시장 진입 확신해 배터리 투자 확대

▲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라인업.


하지만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차 배터리를 유럽이나 미국 등 고객사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시장 진출이 막히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져도 큰 타격은 입지 않을 수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전기차 육성정책과 유럽의 배기가스 규제 강화 등으로 이 지역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단기간에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SDI와 LG화학은 2020년부터 급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시장의 개막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대폭 증설해야만하는 시점에 놓여있다.

중국시장 진입이 확정되면 미국과 유럽 등 세계에서 늘어나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시설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공산이 크다.

올해 연말인사에서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유임되고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점도 전기차 배터리사업의 본격적 성장을 대비하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