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가 노조 요청에 따라 희망퇴직 실시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그동안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 적이 없었던 만큼 희망퇴직 신청 대상과 규모 등을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 노조와 협상테이블 꾸리고 희망퇴직 규모 '저울질'

▲ 서울 중구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노사는 희망퇴직 안건을 포함한 협상 테이블을 꾸리고 본격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희망퇴직 신청 대상과 퇴직 인원 및 퇴직금 규모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는 옛 미래에셋증권 때부터 위로금을 주고 소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한 적은 있지만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 적은 없었다.

2012년 구조조정을 실시할 때도 사업구조와 지점 정리 등 인력이 아닌 외형적 변화를 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이사급 이상 임원 10여 명을 권고사직하는 선에서 끝났다.

이번 희망퇴직 논의는 미래에셋대우로서는 자연스러운 인력 감소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희망퇴직을 실시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지만 노조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미래에셋대우 직원 수는 9월 말 기준 4538명으로 2016년 12월30일 통합 미래에셋대우가 출범할 때와 비교하면 2년9개월 동안 274명이 줄었다. 미래에셋대우 직원 수는 2017년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매분기마다 꾸준히 감소했다.

비슷한 시기인 2017년 1월에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합병해 출범한 KB증권의 직원 수가 같은 기간에 174명 늘어난 것과 비교된다.

KB증권은 현재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합병한 뒤 첫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로선 KB증권과 달리 통합 이후에 인력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있는 만큼 대규모 비용을 들여 단기간에 직원 수를 크게 줄이는 희망퇴직을 실시할 유인이 낮은 셈이다.

미래에셋대우는 덩치를 불리면서 국내외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 유출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선뜻 희망퇴직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 직원 수가 업계에서 가장 많은 만큼 자연스럽게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며 “다른 곳과 비교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미래에셋대우가 점포를 줄이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불만은 커져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 지점 21곳, 2018년 30곳을 문 닫은 데 이어 내년에도 지점 30%가량을 통폐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9월 기준으로 미래에셋대우는 지점 148곳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 담당하던 업무와 다른 업무를 맡게 된 직원들이 결국 퇴사하는 사례가 생기는 상황에서 점포 축소로 ‘자발적’ 퇴사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노조의 판단이었다.

노조가 사측의 점포 축소에 반대하면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다가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든 배경으로도 꼽힌다.

회사의 인력 재배치를 직원들의 ‘자발적 사직'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고 정당한 대가를 받고 회사를 떠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해달라는 의도로 해석된다.

희망퇴직을 요구하는 직원들 가운데에는 미래에셋의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옛 대우증권 출신 직원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없었던 미래에셋증권 때와 달리 대우증권 출신을 주축으로 한 노조가 활동하고 있는 만큼 과거처럼 자연스러운 인력 감축을 지속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미래에셋대우 사측과 노조는 모두 협상과 관련된 사항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희망퇴직 실시 여부를 포함해 노사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외부에 알릴 수 있는 사항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