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대기업 공익재단 이사장에 오르는 총리와 부총리 출신들이 늘어나고 있다. 김황식 정운찬 전 총리와 권오규 전 부총리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공익법인 규제 강화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삼성 현대차 미래에셋, 공익재단에 김황식 권오규 정운찬 '모신' 까닭

▲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왼쪽)과 권오규 현대차정몽구재단 이사장.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계 대기업 공익재단의 이사장 인선은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공익법인인 호암재단은 11월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이사장에 선임했다. 김 이사장은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거쳐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은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권 이사장은 참여정부에서 정책실장을 지내고 부총리에 올랐다, 한명숙 전 총리가 물러났을 때 국무총리 권한대행을 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7월에는 역시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정운찬 전 총리가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의 이사장에 취임했다.

공익법인들이 명망 높은 인사들을 이사장으로 모시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에서 총리급 인사들을 잇달아 선임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대기업 공익법인을 놓고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기업 총수 일가가 공익법인을 통해 편법적으로 지배력을 강화해 왔다는 시각이 널리 퍼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국세청은 대기업 공익법인의 계열사 주식 보유와 자산 등 전수검증에 나섰고 공익법인의 세무조사 선정 기준도 새로 마련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국회에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이사 선임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법안들이 의원 발의 형태로 나와있다.

재계는 공익법인 규제 강화에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낸다.

대한상의는 공정위와 국회에 제출한 건의서에서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에 신중해야 한다면서 재산권 침해와 공익활동 저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는 공익법인 규제에 공시와 사회공헌 의무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런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선제적으로 공공성과 투명성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올해 들어 선임된 재단 이사장들은 내각의 정점에 올랐다는 공통점 외에도 정치권에 투신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익법인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중립성을 지키기에도 적합한 인사들이라고 할 수 있다.

김황식 이사장은 서울시장, 정운찬 이사장은 대통령 선거에 도전장을 던지기는 했지만 완주하지는 않았다. 이후 정치권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왔다. 권 전 부총리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새로 이사장을 선임한 대기업 공익법인 가운데에는 기존에 총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가 외부 이사장에게 자리를 넘긴 사례도 있다. 역시 공익법인의 공공성·투명성 강화 목적으로 파악된다.

LG그룹은 7월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별세한 뒤 그가 맡고 있던 LG연암문화재단 등 네 곳의 이사장에 이문호 전 연암대학교 총장을 선임했다. LG그룹 공익재단은 50년 가까이 그룹 총수가 맡아 왔으나 이런 관례가 깨졌다.

포스코청암재단은 11월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을 이사장에 선임했다. 청암재단 이사장은 포스코 회장이 줄곧 겸임했으며 외부 인사가 이사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