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을 선보일 기회를 잡았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시장의 후발주자로 고객사 확보가 절실한 데 내년 초에 열리는 국제행사에서 차세대 양극제를 선보여 기술력을 과시하는 한편 잠재 고객인 완성차회사들의 시선을 끌 계획을 세웠다.
 
SK이노베이션, CES2019에서 전기차배터리 기술력 과시 별러

▲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


29일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2019년 1월 참가하기로 한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 2019(CES 2019)'에서 NCM811 양극재가 적용된 전기차 배터리를 선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직 준비하는 시기라 정확한 내용을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최고의 기술력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극재는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요소 가운데 하나인데 특히 배터리 효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소재다.

SK이노베이션이 이번 행사에서 NCM811 양극재 기술력을 선보인다면 전기차를 제작하고 있는 완성차업계의 주목을 받아 고객사를 늘리는 데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NCM811 양극재는 니켈, 코발트, 망간을 8:1:1 비율로 섞어 만든 것으로 양극재에 포함된 니켈의 비율이 높을수록 전기차 배터리의 효율이 높아진다.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은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있는데 NCM811 양극재 배터리를 적용하면 NCM622 양극재 배터리보다 주행거리가 100킬로미터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상용화된 양극재는 NCM523이나 NCM622이다. 원재료 비율을 숫자로 나타내기 때문에 니켈, 망간, 코발트의 비율이 5:2:3 또는 6:2:2 수준이다.

NCM811은 상용화 시기가 2021년으로 전망되는 선진 기술이다.

SK이노베이션이 "양산도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는 만큼 전기차 배터리 생산 시스템 구축이 마무리되는 2020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면 고객사 확보라는 과제를 해결하는 데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SK이노베이션에게 고객사 확보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가장 큰 과제다. 2019년부터 전기차 배터리시장이 과점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돼 시장에서 안정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고객사 확보가 필수적이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메이저 전기차 배터리회사들이 생산능력을 크게 확대하고 있어 원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2019년은 전기차 배터리시장이 과점시장으로 가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LG화학은 이미 BMW, GM, 폭스바겐, 아우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현대·기아차, 포드, 다임러, 볼보 등 주요 완성차회사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고 삼성SDI는 BMW, 폭스바겐, 아우디, 재규어, 랜드로버, 포르쉐, 피아트-크라이슬러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고객사는 기존의 다임러와 기아차, 그리고 2022년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계약한 폴크스바겐이 전부다. 

그러나 CES 2019에서 고효율의 NCM811 양극재 배터리를 성공적으로 선보인다면 완성차회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앞선 회사들과 비슷한 위치에 서게 될 수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NCM811 양극재 이외에도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해왔다.

SK이노베이션은 리튬이온 분리막을 자체 생산하고 있는데 세계시장 점유율이 2위다. 점유율 1위 회사인 일본의 아사히카세이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난 10월 중국 창저우에 분리막 생산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SK그룹의 지주사 SK는 27잃 생산량 기준으로 중국 1위의 동박 제조회사인 왓슨의 지분 10%를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가 완료되면 SK는 왓슨의 2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동박은 음극재의 주요 소재로 SK이노베이션은 음극재의 안정적 공급원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가격을 원재료 가격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수주계약을 맺어 원재료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요인도 낮추고 있다. 이는 안정적 전기자 배터리 공급처라는 인식을 심어줘 고객사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도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다.

3월 헝가리 코마론에, 8월 중국 창저우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기 시작한 데 이어 26일 미국 조지아주에도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헝가리와 중국의 공장은 2020년에, 미국 공장은 2022년에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현재 4.7기가와트시의 생산능력을 2022년 기준으로 55기가와트시까지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