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경쟁사들의 공장 증설로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어 중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장기전'을 대비하기 위해 생산 투자를 대폭 늘릴 가능성이 힘을 얻고 있다.
 
전영현, 삼성SDI 전기차배터리 '장기전' 위해 생산투자 확대할 태세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전기차 배터리업체들의 핵심 경쟁력은 공장 증설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라며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상위 배터리업체는 최근 잇따라 생산 투자를 확대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전기차배터리 1위 업체인 CATL은 독일의 새 공장 건설에 약 3천억 원 규모의 초기 투자를 벌여 2020년까지 3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발표를 내놓았다.

CATL이 독일 배터리공장을 모두 14GWh까지 증설할 계획을 세운 만큼 투자 규모가 1조 원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LG화학은 2023년까지 중국의 새 배터리공장에 2조 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내놓았고 SK이노베이션도 202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에만 5조 원 정도를 투자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상위업체로 꼽히지만 주요 경쟁업체와 비교해 생산능력이 뒤처져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 홈페이지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1~9월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삼성SDI는 출하량 점유율 3.7%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포인트 떨어졌다.

전기차 배터리시장의 연간 성장률이 79%에 이르는 반면 삼성SDI의 출하량은 올해 3분기까지 약 2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삼성SDI의 입지가 뚜렷하게 위축되고 있는 셈이다.

삼성SDI가 배터리공장 증설에 경쟁업체보다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이 출하량 부진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배터리 생산능력을 높이는 것은 고객사와 대량의 공급 계약을 추진할 수 있고 규모의 경제 효과를 갖춰 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의 중장기적 경쟁력과 직결된다.

신재생에너지 전문매체 일렉트렉이 인용한 증권사 UBS 분석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1위 업체인 파나소닉의 배터리 공급단가는 1kWh당 111 달러 안팎으로 추정된다.

LG화학의 공급 단가는 약 141달러, 삼성SDI는 150달러 안팎으로 추정돼 상대적 열세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전영현 사장이 삼성SDI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기차 배터리공장에 시설 투자 확대를 더욱 활발히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SDI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중장기적 투자계획을 수립해 진행하고 있다"며 "중국과 한국, 유럽 공장에 모두 추가 시설 투자를 벌일 수 있는 여유공간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아직 영업손실을 보고 있지만 소형 배터리와 전자재료사업에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투자여력을 갖추고 있다.

올해 삼성물산 보유지분을 매각해 확보한 5600억 원 정도의 추가 자금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삼성SDI가 미래 성장동력인 전기차 배터리에 투자를 집중할 공산이 크다.

전 사장은 삼성SDI 대표이사에 오른 뒤 유럽 새 배터리공장의 완공과 가동 일정을 반년 이상 앞당기는 추진력을 보였다. 최근에는 중국 소형 배터리 공장의 증설도 결정했다.
 
전영현, 삼성SDI 전기차배터리 '장기전' 위해 생산투자 확대할 태세

▲ 헝가리의 삼성SDI 유럽 배터리공장.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아직 수익성 확보에 고전하는 만큼 생산 투자를 확대하면 단기적으로 실적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전 사장이 전기차 배터리시장 선점에 강한 의지를 보인 만큼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한 투자 확대가 갈수록 활발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전 사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다가오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중대형 배터리 생산능력이 올해 약 15GWh에서 2023년까지 123GWh로 급증해 파나소닉과 LG화학에 이은 세계 3위 업체로 성장할 것으로 바라봤다.

전 사장의 대표이사 임기가 2020년까지인 만큼 대부분의 투자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