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 회계를 했다는 증권선물위원회의 결론이 나오면서 코스피 상장 폐지를 요구하는 시각도 높지만 투자자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상장 폐지를 통해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위한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폐지된다면 국민연금과 개인투자자들이 수조 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폐지 당위론과 피해확산 현실론 줄다리기

▲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장 폐지해 자본주의의 근간을 지켜야 하는 ‘원칙론’에 맞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폐지로 국민연금은 1조 원, 개인투자자들은 2조 원 가량의 손실을 입게 된다는 ‘현실론’ 주장이 세를 확산하고 있다.

유재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민연금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보유현황 자료’를 공개하며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손실을 최소화할 신속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이 올해 4월 말 기준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은 203만 주(지분율 3.07%)에 이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말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189만 주(지분율 2.86%)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4월 말까지 14만 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거래정지된 14일 종가 33만4500원을 기준으로하면 6790억 원에 이르는 규모다.

국민연금공단은 투자 규정상 지분율 5% 미만인 특정 종목의 보유 내역은 6개월 이전까지 정보만 공개하고 있다.

유 의원은 “증권가 등을 통해 확인해보니 국민연금은 5월부터 최근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매입해 지분율을 현재 4% 이상으로 높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 원가량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는 국민연금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폐지된다면 소액주주들이 2조 원에 이르는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구체적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 소액주주들은 7만8640명에 이른다.

전체 소액주주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운데 70% 이상이 50주 미만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들이었다. 10주 미만 보유자가 2만4323명으로 전체 주주의 30.32%였고 10주~50주 보유자가 3만2639명으로 40.69%였다.

재벌닷컴은 14일 거래정지를 기준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수는 960만2442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14.3%를 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재벌닷컴은 전체 삼성바이오로직스 발행주식에서 6월 말기준 최대주주와 기관투자자가 신고한 보유주식과 11월14일 기준 외국인 투자자가 지닌 주식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보유지분을 추산했다.

재벌닷컴은 “개인투자자의 보유지분 중 소위 ‘큰손’ 물량을 빼더라도 일반 소액투자자의 보유지분 가치는 2조 원 안팎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폐지된다면 직접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사지 않았더라도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도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 설정된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덱스펀드를 제외한 전체 2275개 공모펀드 가운데 9월 말 기준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편입하고 있는 펀드는 약 500개에 이른다.

이 펀드들의 포트폴리오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의 비중은 평균 1.3%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폐지 당위론과 피해확산 현실론 줄다리기

▲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11월10일 코스피에 상장했다.


이런 분석들이 나오면서 거래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결국 상장 폐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한층 힘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에 상장되면서 국민연금과 투자자들이 볼모가 됐다’는 비판도 증권투자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폐지를 결정한다면 투자자들의 화살이 거래소와 금융당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와 금융당국은 2016년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거래소에 상장시키기 위해 적자기업은 상장이 불가능하다는 규정을 없앴다.

대신 시가총액 6천억 원, 자본금 2천억 원이상이면 상장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지금까지 이 규정을 통해 코스피에 상장한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뿐이다. 이 때문에 거래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만을 위한 상장 규정을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소가 분식회계를 근거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폐지를 결정한다면 외국인을 포함한 투자자들은 소송을 통해 정부와 거래소에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일부 투자자들은 분식회계를 이유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폐지된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최대주주(지분율 43.44%)인 삼성물산은 9조6144억 원, 2대 주주(지분율 31.49%)인 삼성전자는 6조9699억 원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삼성그룹도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한 여론 형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