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말이 안 통하는 상대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노총을 겨냥해 내놓은 말이다.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대해 총파업을 예고하자 이렇게 비판했다.
 
[오늘Who] '노조 출신' 홍영표, 민주노총에 비판의 총대를 메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민주노총이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에 민주당에 우호적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비판의 수위도 이례적으로 높다.

홍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노총과 대화해 (노동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지금은 대화로 무엇도 되지 않는다”며 “민주노총은 항상 폭력적 방식을 쓴다”고 말했다.

11월 초 민주노총을 겨냥해 “사회적 대화에 응대하지 않으면서 개악이라고 반대만 하는 것은 책임 있는 경제주체의 모습이 아니다”고 말했던 것보다 날을 더욱 세운 것이다.

민주노총은 새 노사정 합의체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바로 참여하는 방안을 거부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계산 항목 조정과 탄력근로제의 단위시간 확대 등에도 계속 반대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노총을 앞장서 비판하면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그는 13일에도 민주노총의 반대로 협의가 늦어지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를 놓고 “광주형 일자리를 반드시 완수하겠다”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못박았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 안에서 노동운동계 출신의 대표적 인사로 꼽힌다.

1982년 대우자동차(현 한국GM) 용접공으로 입사한 지 2년 만에 노조 결성을 주도했다. 1984년 노조위원장으로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과 노사협상 담판을 직접 지었다. 

그 뒤 참여연대 정책위원과 한국노동운동연구소 소장 등을 연이어 맡았다. 이런 노동운동 이력을 바탕으로 3선 의원의 반열에 올랐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노총 출신 정치인으로도 분류된다. 그는 1994년 민주노총의 창립 과정에 준비위원회 조직위원으로 참여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민주노총을 달래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아 노동시간 단축과 군산공장 폐쇄에 따른 ‘한국GM 사태’의 중재 등에도 기여했다.

민주노총이 2017년 6월에 부분 총파업을 벌이자 “문재인 정부가 ‘반노동 시대’를 끝내려고 하니 1년만 기다려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2018년 들어 일자리 부진과 경제성장 둔화 등이 나타나자 문재인 정부는 경제정책의 중심을 기업 위주의 혁신성장으로 차츰 옮기고 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를 조절하고 탄력근로제의 단위시간도 3개월에서 6개월 또는 1년으로 확대할 뜻을 보이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민주노총이 강력히 반발하자 여당의 원내대표이자 노동운동 전문가인 홍 원내대표가 견제의 총대를 멘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놓고 홍 원내대표는 “나처럼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내가 노동계 출신이라 언론이 ‘타겟’으로 잡으니 (민주노총과) 더욱 그렇게 (부딪치게) 된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