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궁지에 더 몰리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10월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분식회계 혐의 재감리 안건 관련 증권선물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을 놓고 그동안 삼성그룹을 대표해 국민들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그러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삼성그룹 내부문건은 김 대표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그동안 주장과 상반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2015년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논란으로 재점화할 가능성도 커져 김 대표가 이를 막아내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박용진 의원이 7일 삼성바이오로직스 2015년 회계를 둘러싼 삼성그룹 내부문건을 공개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이 삼성그룹을 향한 수사로 번질 수도 있다는 시각이 8일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7일 국회에 출석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등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기만행위가 인정되면 형사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의혹 전반에 대해 검찰이 수사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7일 국회에서 박용진 의원이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사인 삼성물산 대상의 감리 필요성을 제기하자 “일리가 있다”고 대답했다.

금융감독원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감리 안건 처리도 조속히 처리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증권선물위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의혹을 놓고 금융감독원의 재감리 안건을 다시 심의한다. 증권선물위는 앞서 10월31일 금감원의 재감리 안건을 놓고 1차 회의를 열었는데 결정을 보류했다.

증권선물위는 14일 열리는 회의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들의 참석을 허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징계 결정은 당사자가 없이 결정하는 것이 관례이기에 이날 회의에서 금감원에서 요구한 징계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6일 국회 발언에서 “증권선물위의 시간끌기 논란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증권선물위가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일각의 의혹을 부인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결정이 임박한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로서는 분식회계 논란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문제로 확산될 위기를 맞은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회계처리를 놓고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에 이사회를 동수로 구성해야 하기에 지배적 경영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졌기에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고 주장해왔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도 수차례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에 출석하며 국민들 앞에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무관한 사안”이라며 “징계 결정이 내려지면 행정소송을 내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증권선물위가 올해 7월 콜옵션 공시 누락과 관련해 ‘고의’라고 결정을 내리자 이에 반발해 10월 행정소송을 냈다.

그러나 박용진 의원이 7일 공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문건은 이런 기존의 항변과 배치되는 내용이 들어있다. 

박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2015년 8월5일 문건에는 “자체 평가액 3조 원과 시장 평가액 평균 8조 원 이상의 괴리에 따른 시장 영향에 대한 문제 제기, 주가 하락 등을 예방하기 위해 안진회계법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외부에서 평가한 기업가치 8조 원보다 한참 못 미치는 3조 원으로 이미 자체 내부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건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당시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연기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회계처리 변경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본잠식을 막고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정당성을 사후에 합리화하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2015년 11월18일 ‘바이오, 바이오젠의 콜옵션 평가 관련 회계 이슈’ 문건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를 연기함에 따라 삼성물산이 평가한 1조8천억 원을 부채로 반영 시,2015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본 잠식(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상태)이 예상된다”며 “자본 잠식 시 기존 차입금 상환 및 신규 차입 불가, 상장 조건 미충족 등 정상적 경영 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혀 있다.

특히 문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경팀과 국내 회계법인,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치밀하게 공모했다고 볼 수 있는 내용도 드러나 있다.

문건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관련 조항을 수정하는 1안,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2안,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5분의1 가량으로 재평가하는 3안 등을 논의하고 이 가운데 2안을 선택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혐의를 피하기가 한층 쉽지 않아졌다는 말도 나온다.

지금까지 금융당국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이의 공방전에서 최전선에서 논리 대결을 펼쳐왔던 김태한 대표가 궁지에 몰린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김 대표가 사퇴 대신 회계 논란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임무’를 부여 받았다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문건 공개로 김 대표가 나홀로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지조차 회의적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이번 문건 공개와 관련해 외부에 입장문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