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은 회장으로 왜 윤종규를 선택했나  
▲ KB금융 신임 회장으로 내정된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이 KB금융의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KB금융 내부에서 높은 지지를 얻었고 KB금융 조직안정화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 회장 선출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는 직원 보살피는 마음으로 KB금융 안정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상고 출신으로 아무런 배경없이 노력해 KB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가 국민은행에 영입될 때 '상고 출신 천재'라는 말을 들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22일 KB금융 신임회장 2차 후보 4명을 심층면접한 뒤 투표를 벌여 윤 전 부사장을 다음 회장 내정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KB금융 신임회장에 내정되려면 사외이사 재적인원 가운데 3분의 2인 6표 이상을 얻어야 한다. 윤 내정자는 두차례 투표 끝에 6표를 얻어 3표를 받은 하영구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겸 한국씨티은행장을 제치고 최종후보로 선정됐다.

회추위는 윤 내정자에 대한 자격검증을 시행한 뒤 오는 29일 이사회에 회장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 윤 내정자는 오는 11월2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KB금융 회장으로 선임된다.

◆ “관치에서 벗어난 역사적인 날”

윤 내정자는 KB금융 차기회장 2차 후보 4명 가운데 내부경력이 가장 길다.

KB금융 직원들이 제기하던 내부인사 선임조건에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후보였다. 윤 내정자의 국민은행 및 KB금융 경력을 합치면 총 7년이다.

윤 내정자는 KB금융 안에서 비교적 최근까지 재무와 전략 등 다양한 업무경험을 쌓으면서 전문성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들었다.

  KB금융은 회장으로 왜 윤종규를 선택했나  
▲ 김영진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
김영진 회추위 위원장은 투표를 끝낸 뒤 기자들에게 “윤 전 부사장은 KB금융에서 오래 일했으며 여러 부문에서 경험을 쌓은 입지전적 인물”이라며 “후보선출기준인 전문성과 국제적 감각 및 개인적 자질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밝혔다.

윤 내정자는 인터뷰에서 “KB금융과 국민은행간 갈등처럼 여러 문제를 치유하고 봉합하는 데 누구보다 적합하다는 것을 면접에서 강조했다”며 “회추위원들이 이 부분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부인사 선임을 주장하던 KB국민은행 노동조합도 윤 전 부사장의 회장 내정을 환영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 21일 성명서에서 “조금이라도 더 KB금융 경험과 애정이 많고 조직문화를 이해하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며 윤 내정자의 지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날 “KB금융이 관치와 외압에서 벗어난 역사적인 날”이라며 “윤 전 부사장의 KB금융 회장 내정은 최악을 막았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윤 내정자가 평소 온화한 태도로 KB금융 안에서 좋은 평판을 쌓았던 것도 선임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이 벌였던 내분의 결과를 수습하고 조직을 정비하기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시절 직원들에게 시행한 국민은행장 선출 설문조사에서 최상위권에 들어갈 정도로 신망을 쌓았다.

김 위원장은 투표가 끝난 뒤 “윤 전 부사장이 면접에서 KB금융 가족의 자긍심을 높이는 경영을 하겠다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고 밝혔다.

KB금융지주 관계자도 “윤 전 부사장의 리더십 스타일은 전형적인 덕장”이라며 “KB금융과 국민은행간 생겼던 분쟁도 잘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 임직원들은 나아가 윤 내정자가 KB금융 내에서 빈발하는 갈등을 해결하고 직원들의 통합을 이끌어내길 바라고 있다.

윤 내정자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통합 이후에 영입된 인물이라 두 세력이 일으키는 내부갈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은행과 KB금융에서 일하면서 양쪽 세력 모두에게 신망을 얻었다.

성 노조위원장은 “윤 전 부사장이 무너진 KB금융 직원들의 자존심 회복에 역점을 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 위원장은 “KB금융은 현실적으로 갈등이 계속 일어나는 조직”이라며 “분쟁 해결방안을 명확히 제시하고 조직의 화합에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윤종규 “직원 보살피는 마음으로 KB금융 안정화”

윤 내정자는 KB금융사태로 크게 흔들린 조직을 안정시키는 것부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회장 최종후보로 선출된 뒤 인터뷰에서 “KB금융 회장으로서 조직의 화합을 불러오고 결속을 이루겠다”며 “그동안 불편을 끼쳤던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내정자는 조직안정화를 위해 KB금융 직원들을 추스르며 상호소통을 제의할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는 “나는 KB금융과 국민은행을 모두 경험했으며 은행 안에서도 국민은행계와 주택은행계의 갈등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라며 “조직화합과 소통을 최우선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KB금융은 회장으로 왜 윤종규를 선택했나  
▲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그는 회장 2차 후보 선임 후인 지난 17일 인터뷰에서도 “KB금융 직원들이 불행하게도 최근 운영상의 문제로 불협화음에 휩쓸렸다”며 “리더가 중심을 잡고 공평무사한 인사를 하면 문제가 해소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윤 내정자는 앞으로 KB금융을 운영할 때 직원들의 의견을 충실하게 듣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여러 어려움이 있다 보니 KB금융 직원들이 조직 참여 등에서 하고 싶었던 것들이 제대로 투영되지 않았다”며 “그런 의견을 다양하게 듣고 합당한 부분은 조직운영에 반영해 함께 운영하는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윤 내정자는 국민은행 노조에 대해서도 호의적 태도를 보였다. 그는 “노조는 KB금융 직원들의 중요한 대표기구”라며 “서로 마음을 열고 공명정대하며 투명한 상호신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 상고출신 천재, KB금융 회장에 오르다.

윤 내정자는 KB금융 회추위가 밝힌대로 입지전적 인물이다.

윤 내정자는 광주상업고등학교 출신으로 외환은행에 1974년 입사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땄고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행정고시에서 차석으로 붙었으나 학생운동 경력 때문에 면접에서 탈락했다.

2008년 법원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행정고시 합격자를 임용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윤 내정자는 당시 “이미 지나간 일이고 민간에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았다.

삼일회계법인 부대표였던 윤 내정자는 2002년 김정태 당시 국민은행장의 제의로 통합 국민은행 경영진에 합류했다. 그뒤 재무기획본부 전략담당 부행장과 개인금융그룹 부행장으로 일했다.

당시 김 행장이 윤 내정자를 영입하는 과정은 ‘삼고초려’로 비유되기도 했다. 김 행장은 그를 데려온 뒤 직접 보도자료에 ‘상고출신 천재’라는 글귀를 넣을 정도로 기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내정자는 2004년 국민은행과 국민카드 합병 부정회계 문제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고 사퇴했다. 그러나 2010년 KB금융 재무담당최고책임자(CFO) 부사장으로 돌아와 지난해까지 일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