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중국사업 일대 위기, 임기 반환점 김승환 '고급화 전략' 수정 기로

▲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사업에서 부진의 탈출구를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아모레퍼시픽 중국 사업이 김승환 대표이사 사장 체제에서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 현지 기업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실적은 내리막길이다.
 
김 사장은 아모레퍼시픽 수장으로서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는데 앞으로 중국사업에서 어떤 전략을 내느냐가 거취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아모레퍼시픽 관련 분석리포트를 낸 주요 증권사 10곳 가운데 7곳은 중국 실적 악화를 이유로 아모레퍼시픽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조정했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대부분 중국사업이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모레퍼시픽 중국사업 일대 위기, 임기 반환점 김승환 '고급화 전략' 수정 기로

▲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장.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면세 매출과 중국 법인 부진이 예상보다 영업이익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하반기에도 중국법인의 사업 개편 움직임에 따른 비용 우려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 시장 사업의 부진과 기대보다 낮은 코스알엑스 실적 등으로 2분기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며 “2분기 중국법인의 영업적자는 지난해 2분기와 유사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되며 3분기에는 적자폭이 소폭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비중국 지역으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던 최근 수 년의 목소리와 다소 결이 다른 의견들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기업가치를 산정하는데 중국사업을 절대 무시하기 힘들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김 사장은 중국 시장의 상황이 악화하자 글로벌 브랜드 코스알엑스를 인수하며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의 지역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이른바 '탈중국' 전략에 힘을 쏟았다.

김 사장은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과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비즈니스 전반의 수익성을 높이겠다”며 “지난 몇 년 동안 채널 개선 및 성장 동력 발굴에 힘쓴 결과 북미와 일본 사업 비중이 크게 확대됐고 영국과 중동 등 신규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며 글로벌 사업 확대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 사장의 이러한 시장 다각화 전략에도 불구하고 아모레퍼시픽에게 중국사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2분기 실적에서 잘 드러났다. 글로벌 브랜드 코스알엑스의 편입효과에 힘입어 미주와 유럽·중동 지역 매출이 각각 65%, 182% 증가했지만 중화권 지역 매출이 44% 감소하며 긍정적 효과를 대부분 상쇄했다.

2분기 중화권 매출만 약 850억 원 빠진 점은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전략의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하는 사례나 다름 없다.

김 사장이 펼치는 중국사업의 전략은 한 마디로 '고급화'다.

아모레퍼시픽은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를 중심으로 사업을 지속하고 있으며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 에이피뷰티도 중국에 선보였다. 중저가 브랜드를 통해 중국 현지 브랜드와 직접 경쟁하는 것으로는 성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이 전략으로 효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에이피뷰티가 중국에 선보인 세 가지 제품의 평균 가격은 약 50만 원이다. 설화수의 프리미엄 라인인 진설 라인 역시 4월 기준 중국 온라인 플랫폼 티몰에서 에센스, 아이크림, 크림 등의 평균 가격이 약 30만 원으로 책정돼있다. 

실제로 티몰에서 현지 구매자들의 후기를 살펴보면 높은 품질을 고려하더라도 가격이 다소 비싸다는 평가가 많다. 다른 글로벌 브랜드와 가격 대비 브랜드 가치를 비교하는 의견도 나온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국 매출 가운데 럭셔리 브랜드인 설화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에 회사가 프리미엄 전략을 추진한다고 비춰질 수 있으나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의 다양한 가격대의 브랜드도 선보이고 있다”며 “설화수 내에서도 윤조나 자음생 라인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라인도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중국 현지 고객들이 가격대에 따라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중국사업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은 2023년 2분기를 제외하면 2022년 1분기부터 2024년 2분기까지 9분기 연속으로 두 자리 수의 중국 매출 감소율을 기록하고 있다. 기존 전략으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한 채 오히려 실적이 후퇴하기만 했다는 점은 회사 전략에 문제가 있다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김 사장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김 사장은 2023년 3월 3년 임기의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그가 아모레퍼시픽 수장에 오른 뒤 임기의 반환점을 도는 시점까지 왔음에도 아모레퍼시픽은 여전히 중국사업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사업의 외형을 계속 줄여나가겠다고 선언하지 않은 이상 매출 반등을 위한 열쇠를 찾는 것은 김 사장에게 매우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다.
 
아모레퍼시픽 중국사업 일대 위기, 임기 반환점 김승환 '고급화 전략' 수정 기로

▲ 아모레퍼시픽이 펼쳐온 중국 고급화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사진은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 진설라인 론칭 기념 중국 상하이 글로벌 이벤트 행사장 전경. <아모레퍼시픽>


김 사장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오너인 서경배 회장의 신뢰를 두텁게 받는 인물이다. 서 회장과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동문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 사장은 2006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한 이후 경영전략팀장, 아모레퍼시픽그룹 전략기획디비전장 등을 역임했다. 해외법인 신규 설립과 중국 사업 확장 등을 추진하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글로벌 매출 성장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5년에는 그룹전략유닛장을 맡으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국내외 법인과 계열사 사업전략을 총괄했으며 2021년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경영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해왔다. 

지주회사를 거쳐 2023년에는 아모레퍼시픽 수장에 선임됐다. 아모레퍼시픽의 핵심 과제인 글로벌 사업 확장 및 미래 사업 발굴에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당장 중국시장의 전략을 전면적으로 바꾸기보다는 기존 사업구조를 점검하고 비용 효율화 작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중국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사업구조가 변화하고 있는 만큼 오프라인 매장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각 브랜드가 어떤 채널에서 효율적으로 판매할 수 있을지 점검해 수익성 개선을 도모할 것이라고 아모레퍼시픽은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기존 온오프라인 사업구조를 세부적으로 점검하고 글로벌 유통사와의 긴밀한 유통 파트너십 구축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주력 브랜드인 설화수,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구조 및 안정적 성장을 도모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