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가 만든 '불닭볶음면' 파죽지세, 삼양식품 성장 놀라기는 아직 이르다

▲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인기를 타고 기업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파죽지세다.

갈수록 더해지는 불닭볶음면의 인기 덕분에 제조사인 삼양식품의 실적과 기업가치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삼양식품이 이제 막 불닭볶음면 판매 전성기의 초입에 들어선 것에 불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를 만들어낸 주역인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 역시 향후 성과로 존재감이 더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증권가 전망을 종합하면 삼양식품이 올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3천억 원을 넘길 수 있다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이날 나온 증권사들의 분석리포트를 보면 삼양식품이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5천억~1조6천억 원, 영업이익 3천억 원 이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1천억 원 시대를 열었는데 단 1년 만에 영업이익 3천억 원 시대로 진입하게 된다는 뜻이다.

삼양식품을 향한 시장 눈높이가 단숨에 껑충 뛴 이유는 불닭볶음면 덕분이다.

삼양식품은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3857억 원, 영업이익 801억 원을 냈다. 2023년 1분기보다 매출은 57.1%, 영업이익은 235.8% 늘었다. 

시장 기대치(컨센서스)였던 매출 3251억 원, 영업이익 424억 원을 큰 폭으로 상회한 성과였는데 이를 견인한 것은 불닭볶음면이었다.
 
김정수가 만든 '불닭볶음면' 파죽지세, 삼양식품 성장 놀라기는 아직 이르다

▲ 삼양식품의 대표 라면 불닭볶음면은 김정수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제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삼양식품>

삼양식품은 1분기에 면스낵사업부에서만 매출 3545억 원을 냈다. 내수 매출은 12.9% 감소했지만 해외 매출이 84.7% 성장하면서 전체 매출이 51.8% 올라갔는데 이를 주도한 제품이 바로 불닭볶음면이다.

삼양식품은 1분기보고서를 통해 “주력 수출 품목인 불닭볶음면의 해외 매출 증가에서 기인한 것이다”며 불닭볶음면의 인기 덕분에 깜짝 실적을 낼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지점은 삼양식품의 호실적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2021년 설립한 미국법인의 경우 지난해 설립 이후 초기 안정화에만 주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 1608억 원을 냈다. 2022년보다 매출이 약 2.6배 뛴 것이다.

올해 흐름은 더 좋다.

1분기 삼양식품의 미국법인 삼양아메리카의 매출은 750억 원이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이 3.2배 급증했다. 이런 흐름이 유지된다면 상반기 안에 지난해 한 해 동안 미국에서 벌었던 매출을 넘어설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삼양식품은 “주류 유통채널인 월마트와 코스트코에는 이미 입점이 완료됐다”며 “미국 주요 메인스트림 대형 거래처에도 곧 입점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미국법인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불닭볶음면의 미국 코스트코 및 월마트 입점율은 각각 55%, 80% 안팎으로 추정된다.

현재 미국 내에서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요 유통채널의 입점율 확대는 물론 다른 유통망으로도 저변 확대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밖에도 삼양식품은 베트남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수출에서도 67% 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2022년 2월부터 영업을 개시했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중국법인 역시 앞으로 고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중국법인의 1분기 매출은 934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86.2% 증가했다.

증권가 역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의 판매 호조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제품 다각화에 따른 수요 확대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2분기에도 까르보불닭볶음면 중심의 수출 호조세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양식품의 1분기 실적은 일회성 이벤트가 하나도 없는 엄청난 실적 개선이었다”며 “삼양식품 주가는 역사적 신고가를 이미 경신했지만 가파른 실적 전망치의 상향 덕분에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다”고 바라봤다.
 
김정수가 만든 '불닭볶음면' 파죽지세, 삼양식품 성장 놀라기는 아직 이르다

▲ 불닭볶음면이 삼양식품의 실적과 기업가치를 동시에 견인하고 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을 라면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만든 ‘히트 제품’이다. 2012년 처음 출시된 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유명해지기 시작해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가 소개하면서 인기가 치솟았다.

현재 불닭볶음면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라면 가운데 하나라고 봐도 무방하다. 올해 초 월스트리트저널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과 김정수 부회장을 조명하는 기사를 낸 것이 불닭볶음면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삼양식품 60년 역사를 반으로 나눈다면 불닭볶음면이 있기 전과 후로 나눠야 한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삼양식품 주가가 최근 급등하며 라면업계 1위 기업인 농심을 시가총액에서 제칠 수 있었던 이유도 불닭볶음면의 성공 하나로 압축해 설명할 수 있다.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 오너일가인 김정수 부회장의 손끝에서 탄생한 제품으로도 유명하다.

김 부회장은 2010년 당시 고등학생이던 딸과 함께 서울 도심을 산책하다가 자극적 맛으로 유명한 한 분식집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발견한 뒤 ‘극도로 매운 맛’의 라면을 만들어보겠다고 생각했다.

김 부회장은 곧바로 근처 슈퍼마켓에서 매운 소스와 조미료를 각각 3개씩 산 뒤 이를 연구소와 마케팅팀에 각각 1개씩 보냈고 나머지 하나는 집으로 들고 와 연구했다. 오랜 연구 기간 끝에 2011년 시범 판매를 시작했고 시장 반응이 올라오자 2012년 정식 출시했다.

불닭볶음면을 출시하기 전만 하더라도 삼양식품은 내놓는 신제품마다 흥행에 실패해 최대 위기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불닭볶음면이 크게 성공하면서 삼양식품은 2010년대에 들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