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구글 IBM 인텔 MS 아마존,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하는 까닭

▲ 구글의 1세대 극저온 단일 큐비트 컨트롤러. <구글>

0와 1의 이지선다가 아닌 아닌 수많은 가능성.

양자컴퓨터는 기존의 디지털컴퓨터와 완전히 다른 연산구조를 지니고 있어 복잡하고 많은 데이터를 기존 컴퓨터보다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최근 구글은 기존 슈퍼컴퓨터로 1만 년이 걸리는 계산을 양자컴퓨터로 200초 만에 끝냈다고 밝혔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양자컴퓨터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신약 개발, 신소재 발굴, 인공지능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컴퓨터로 뚫기 어려운 수학적 암호기술을 이용하는 보안분야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디지털컴퓨터의 성능은 반도체 기술의 고도화로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디지털컴퓨터가 내지 못하는 성능을 낼 수 있어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컴퓨터로 여겨진다.

반도체 회로 크기가 나노미터(㎚) 수준으로 작아지면 양자역학적 터널링 현상이 일어나 전류의 누설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전력효율이 떨어지고 오류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 반도체 미세공정이 10나노 미만으로 접어들면서 제조사들은 전류를 미세하기 통제하기 위해 반도체 구조 자체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미세공정의 크기는 5나노, 3나노, 2나노 등 계속 작아지고 있어 언젠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에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양자컴퓨터다. 역으로 반도체 미세화의 한계로 작용하는 양자역학적 효과를 이용하는 컴퓨터다.

양자컴퓨터의 구상은 198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으로부터 나왔다. 그는 양자역학 문제를 기존 컴퓨터로 풀기 어렵다고 보고 양자역학적 원리로 구동되는 컴퓨터가 있다면 양자역학 문제를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라며 양자컴퓨터를 제안했다.

이후 1985년 데이비드 도이치 옥스퍼드대 교수가 양자컴퓨터의 개념을 정립했고 1994년 벨연구소의 피터 쇼어 박사가 양자컴퓨터 알고리즘을 발표하면서 양자컴퓨터 개발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기존의 디지털컴퓨터는 0과 1을 표시할 수 있는 비트(bit)를 정보의 기본단위로 사용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의 ‘중첩’ 현상으로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갖고 있을 수 있는 큐비트(qubit)를 기본단위로 사용한다.

예를 들면 두 개의 비트가 00, 01, 10, 11 중 하나의 정보를 처리한다면 큐비트는 이 네 가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큐비트끼리는 또다른 양자역학적 성질인 ‘얽힘’ 현상이 작용해 서로 연동된다는 특징이 있다. 하나의 큐비트의 연산결과가 다른 큐비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렇게 중첩과 얽힘 속성을 나타내는 큐비트를 이용하면 더 많은 정보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어 연산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진다. 이론상으로 n개의 비트와 n개의 큐비트를 비교하면 큐비트가 2의 n제곱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큐비트를 구현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구글과 IBM은 초전도 기술을 이용하고, 삼성전자가 투자한 아이온큐는 이온 포획 방식을 이용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위상수학을 이용한 큐비트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는 구글이 72큐비트, IBM이 53큐비트를 구현하며 초전도 기술이 앞서나가는 모양새지만 어느 기술이 먼저 상용화 수준에 도달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만큼 양자컴퓨터 기술은 걸음마 단계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아직 양자컴퓨터 기술은 한계가 많다. 현재 큐비트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마이크로초(㎳) 단위에 그친다. 1마이크로초는 1초의 100만 분의 1의 짧은 시간이다.

초전도 방식 큐비트에서 중첩과 얽힘 현상을 제어하기 위해서 절대온도 0도(영하 273.15℃)에 가까운 극저온 상태가 필요하다. 이온트랩 방식 큐비트는 레이저로 원자를 하나하나 조작해야 해 난이도가 높다.

또한 양자컴퓨터는 양자의 성질에 의해 확률적 연산을 하게 되는데 확률적으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수백 개에서 수천 개 큐비트를 추가로 동원해 이같은 오류를 보정해야 신뢰할 수 있는 답을 얻을 수가 있다.

양자컴퓨터 분야의 선두기업 중 하나로 여겨지는 캐나다의 디웨이브 시스템즈는 2011년 128큐비트 용량의 상용 양자컴퓨터 디웨이브1을 출시했다. 2017년 디웨이브2000Q는 2048큐비트까지 용량을 높였다. 

하지만 디웨이브는 양자 중첩과 얽힘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양자어닐링이라는 현상을 이용한 양자컴퓨터다. 이 때문에 제한적 성능을 보이고 있어 아직 완전한 상용 양자컴퓨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보스팅컨설팅그룹(BCC)에 따르면 세계 양자컴퓨터시장은 2035년 20억 달러에 이르고 2050년 2600억 달러 규모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 IBM, 인텔, MS, 아마존, 삼성전자 등 글로벌 IT공룡들이 앞다퉈 양자컴퓨터 분야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