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체연구와 외부 기술투자 투 트랙으로 양자컴퓨터 맹추격

▲ 삼성전자가 기술 개발과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양자컴퓨터.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전자가 자체연구와 외부 기술투자라는 투트랙으로 양자컴퓨터 분야 경쟁에 뛰어든다.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글로벌기업들과 격차는 크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 분야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격차를 빠르게 좁혀 나가기 위해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선행기술을 연구하는 삼성종합기술원의 연구와 스타트업 투자 등을 통해서 양자컴퓨터 분야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적 성질을 사용해 기존 디지털컴퓨터를 뛰어넘는 연산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 구조 자체도 0과 1의 2진법으로 된 비트(bit)가 아닌 큐비트(qubit)를 사용하기 때문에 반도체 하드웨어 자체가 달라진다.

현재 메모리반도체 1위이자 시스템반도체 1위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서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는 분야다.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손영권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은 11월6일 열린 삼성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양자컴퓨터를 주제로 김정상 듀크대 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와 대담을 나눴다.

손 사장은 “삼성전자가 개발하는 3나노 반도체 미세공정은 사실상 원자단위 기술”이라며 “반도체처럼 기존 기술로 혁신의 한계에 부딪힌 다양한 산업에서 양자컴퓨터는 새로운 접근방법이 될 것”이라고 관심을 나타났다.

삼성전략혁신센터가 5년째 CEO서밋을 열고 있지만 손 사장이 직접 대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양자컴퓨터 분야에 삼성전자의 관심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전략혁신센터의 사내 벤처캐피탈인 삼성캐털리스트펀드는 10월 아랍에미리트 무바달라캐피털과 함께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개발 전문기업 아이온Q에 5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아이온Q는 김정상 듀크대 전자공학과 교수가 설립한 기업으로 전하를 띤 입자 ‘이온’을 활용한 이온트랩 기술로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는 회사다. 아마존, 구글 등도 관심을 보이고 아이온Q에 투자했다.

외신은 삼성전자가 아이온Q와 함께 양자컴퓨터칩을 개발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9월에는 삼성전자 투자조직인 삼성넥스트가 플라이브릿지캐피털파트너스(Flybridge Capital Partners) 등과 함께 양자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알리로에 27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손 사장은 “양자컴퓨터 기술은 현재 초기 단계지만 트랜지스터, 레이저, 휴대폰처럼 삶의 일상을 확 바꾼 혁신기술과 비슷한 모습”이라며 “양자컴퓨터로 신약, 인공지능, 신소재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삼성전자가 외부 투자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 양자컴퓨터 개발팀을 꾸려 직접 연구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삼성SDS 연구소에도 양자컴퓨터랩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종합기술원은 양자 알고리즘과 큐비트 설계 및 제조, 큐비트 제어 기술 등 양자컴퓨터의 기본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양자컴퓨터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글로벌기업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외부 양자컴퓨터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2017년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JP모건, 바클레이즈 등과 함께 IBM의 양자컴퓨터 개발에 참여해 실제 산업에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신소재 개발에 IBM의 양자컴퓨터 ‘큐 시스템 원’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