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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10월] 옛 말 된 '미제 일제' 넘버원, 세계가 찾는 'K브랜드' 성취감에 취할 때 아니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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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10월] 옛 말 된 '미제 일제' 넘버원, 세계가 찾는 'K브랜드' 성취감에 취할 때 아니다
▲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는 농심의 라면 '너구리'와 '짜파게티'를 섞어서 만드는 '짜파구리'가 등장한다. 기생충이 오스카에서 상을 휩쓸면서 짜파구리는 전 세계인이 즐기는 레시피가 됐다. <영화 기생충 스틸컷>
[비즈니스포스트] 어렸을 적 할아버지 세대에게 종종 들었던 말이 있다. 물건은 모름지기 미제와 일제, 독일제가 최고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랬다. 1990년대 한국은 산업화 덕분에 몰라보게 달라진 나라였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과 디자인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선진국 제품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시절이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른 지금,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한국 제품이 세계인의 장바구니에 담기는 시대가 됐다. 외국 소비자들은 한국 브랜드의 신제품을 기다린다.

한국 제품을 써 봤다는 사실이 자랑이 됐고 한국에서 유행하는 제품을 먼저 찾아 쓰는 것이 하나의 소비문화가 됐다. 과거 우리가 외국의 유명 브랜드를 선망했듯 이제는 세계가 한국 브랜드를 주시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변화가 정확히 언제 시작됐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오스카를 홀린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농심의 ‘짜파구리’가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을 때부터 증폭됐던 기억은 있다.

한국 영화와 음식이 해외 뉴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도배하는 모습은 낯설고 신기했다. 흔하게 먹던 라면 조합을 수많은 외국인들이 따라하는 모습은 무척 생경했다. 한국에서의 일상적 소비가 국경을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되는 광경이었달까.

이후 K팝과 K드라마 등 소위 K컬처가 세계를 누비면서 외국인의 주목을 받는 한국 제품의 영역도 빠르게 넓어졌다. 식품과 가전은 물론이고 화장품, 패션, 생활용품 등 수많은 분야에서 한국 브랜드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일상의 소비재에서 글로벌 유통의 중심에 선 K브랜드들은 한둘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친숙한 브랜드를 꼽으라면 단연 비비고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는 글로벌 냉동식품 시장에서 한식의 위상을 바꾼 대표 주자다. 비비고 만두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 냉동만두 시장에서 독주하던 중국과 일본 브랜드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코리안 덤플링’이라는 말 대신 ‘만두’라는 한국말로 불러도 많은 외국인들에게 익숙한 말이 됐다는 점은 비비고의 성과가 가히 독보적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CJ제일제당이 얇은 피와 속이 알찬 한국식 만두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현지인의 입맛에 맞춘 재료 개발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현재 비비고는 만두를 시작으로 냉동김밥과 소스, 라면 등 다양한 영역을 넓히면서 세계적 유통 체인인 월마트, 코스트코 등의 메인 진열대를 점령하고 있다. 비비고의 성공은 한국의 식문화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 세계인의 지극히 일상적 한 끼 식사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데스크리포트 10월] 옛 말 된 '미제 일제' 넘버원, 세계가 찾는 'K브랜드' 성취감에 취할 때 아니다
▲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브랜드의 만두를 '코리안 덤플링'이라고 소개하지 않고 '만두'라는 한국말로 팔고 있다. 한국 만두의 위상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사진은 미국 코스트코 매장에 진열된 비비고 만두. < CJ그룹 뉴스룸 >
K푸드 열풍은 뷰티 영역으로 옮겨가며 더욱 정교하고 똑똑하게 진화했다. ‘K뷰티테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 받는 에이피알이 그 대표적 사례다.

한국 화장품의 해외 진출을 이야기할 때면 흔히 마스크팩이나 기초화장품을 떠올리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에이피알의 미용기기 ‘메디큐브’는 1개당 단가가 수십만 원에 이르지만 세계 각국의 인기 제품이 된지 오래다.

고가의 전문 피부과 시술을 집에서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만든 기술력 덕분에 메디큐브는 해외 유명 인플루언서뿐 아니라 에스테틱 업계의 찬사를 받으며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각 나라의 아마존뷰티 톱100 판매 제품에는 에이피알 제품들이 10개 이상씩 포진해 있는데 이제는 이런 현상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정도로 일상화됐다.

“어? 이런 제품까지 세계 1등이라고?”하며 무릎을 치게 만드는 반전의 브랜드도 있다. 오랜 시간 다국적 공룡 기업들이 독점해 온 글로벌 담배 시장의 벽을 허물고 최정상에 오른 KT&G의 초슬림 담배 ‘에쎄’가 그 주인공이다.

에쎄는 과거만 해도 ‘아저씨 담배’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으로 불렸다. 하지만 KT&G는 타르 함량을 낮춘 기술력과 깔끔한 디자인을 뚝심 있게 밀어붙인 덕분에 에쎄로 전 세계 초슬림 담배 판매량 1위 자리에 올랐다.

중동과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 녹록지 않은 시장의 유통망을 뚫어내며 이룩한 에쎄의 성공은 한국 제조 브랜드의 저력을 증명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K브랜드의 위상은 결코 어쩌다 찾아온 운이나 일시적인 바람이 아닐 것이다. 밤낮없이 연구소와 현장을 누비며 품질을 끌어올린 수많은 기업가와 노동자, 연구진들의 기술과 경험이 쌓여 만들어진 ‘공든 탑’이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다.

미제와 일제를 부러워하던 아이들이 자라나 이제는 K브랜드를 세계의 표준으로 만드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의 성취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그 자리를 지키는 일은 어렵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고 유행은 바뀌며 경쟁자는 쫓아온다.
 
지금의 성공을 지속가능한 경쟁력으로 바꾸는 것은 결국 우리 기업들의 몫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해서 좋다. 더는 외국 제품을 부러워하며 그 뒤를 쫓기만 하던 시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때 우리가 동경했던 세계의 중심에 이제는 우리 브랜드들이 서 있다.
 
언젠가 지금의 아이들이 어른이 돼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볼 때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한국 제품이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미제와 일제가 최고라던 할아버지 세대의 말이 옛이야기가 된 것처럼 오늘의 K브랜드 열풍도 언젠가는 한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역사가 되기를 기대한다. 남희헌 유통&4차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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