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LB그룹 계열사들이 올해 말까지 신약 후보물질 임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사진은 진양곤 HLB그룹 회장이 엘레바테라퓨틱스의 담관암 치료제 '리픽투' 허가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 HLB그룹 유튜브 영상 갈무리 > |
리픽투의 미국 판매 성과에 다른 계열사의 신약 후보물질 임상 성과까지 뒤따른다면 HLB그룹이 오랜 기간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에 의존해온 신약사업의 영역이 여러 품목으로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HLB그룹 계열사별로 병행해 온 신약 개발 사업의 후속 임상 결과가 4분기에 연달아 발표된다.
구체적으로 HLB테라퓨틱스는 신경영양성각막염 치료제 ‘RGN-259’의 글로벌 임상 3상 주요 결과를 11월 중순경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LB이노베이션의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테라퓨틱스는 혈액암 세포치료제 ‘SynKIR-310’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연내 공개할 계획이다.
최근 허가를 받은 리픽투에 이어 다른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에서도 긍정적 지표가 확인된다면 진 회장이 공들여온 여러 신약의 병행 개발 전략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진 회장은 그룹의 주력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하나인 리보세라닙과 관련해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HLB그룹 산하 여러 계열사를 통해 다양한 신약을 동시에 개발하는 이른바 '신약 병행 개발 전략'을 써왔다.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는 2007년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리보세라닙 권리를 확보했다. 이후 HLB그룹은 19년 동안 이 약의 개발을 이어왔지만 가시적 결과는 좀처럼 만들지 못했다.
HLB그룹은 2019년 이 약의 위암 대상 임상 3상이 실패하자 간암으로 개발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간암 치료제로 도전한 미국 허가도 2024년과 2025년, 올해까지 세 차례 보완 요구를 받으며 미뤄졌다.
하나의 신약 일정이 지연될 때마다 그룹 신약사업의 성과도 함께 늦어지는 구조였다.
진 회장은 한 후보물질의 결과에 기대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수합병으로 신약 후보물질과 개발 회사를 늘렸다. 실제 6월 말 기준 HLB그룹 계열사는 63곳이며 이 가운데 상장사는 10곳이다.
상장사가 연구개발을 맡은 비상장 자회사를 뒷받침하는 방식도 마련했다.
HLB가 엘레바테라퓨틱스를 통해 항암제를 개발하는 것처럼 HLB테라퓨틱스는 미국 합작법인 리젠트리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 RGN-259를, HLB이노베이션은 베리스모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 SynKIR-310을 개발한다.
개발 단계가 더 이른 후보물질도 계열사에 나누어져 있다.
HLB제넥스의 자회사 HLB뉴로토브는 근긴장이상증과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HLB테라퓨틱스의 미국 자회사 오블라토는 교모세포종 치료제 ‘OKN-007’을 개발하고 있다.
빠른 계열사 확대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진 회장은 4월 열린 투자자 설명회에서 복잡한 계열사 구조를 놓고 “신약 개발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단일 신약에 의존하는 대신 서로 다른 모달리티(약물의 형태와 작용 방식)와 개발 단계의 후보물질을 계열사 단위로 분산해 실패 확률을 줄인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HLB그룹의 핵심 신약 후보물질인 리보세라닙 개발이 지연되더라도 다른 후보물질의 임상과 허가를 통해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으로 읽혔다.
| ▲ HLB가 간암 치료제 후보물질 리보세라닙 이외 신약 파이프라인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HLB그룹 사옥. < HLB > |
23일 미국 FDA에서 특정 유전자 변화가 있는 담관암 환자의 후속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리픽투는 진 회장의 신약 병행 개발 전략에서 나온 첫 결과물이다.
이 약을 담당한 엘레바테라퓨틱스는 2024년 12월 미국 릴레이테라퓨틱스에서 리픽투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도입한 뒤 허가 신청과 미국 FDA 대응을 맡았다. 리보세라닙보다 늦게 도입한 신약이 먼저 허가를 받은 셈이다.
진 회장은 리픽투를 올해 4분기 미국에 출시하고 유럽 허가도 추진할 계획이다. 엘레바테라퓨틱스는 담관암 이외에 특정 유전자 변화가 있는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도 진행하며 치료 대상 확대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진 회장이 추진해온 신약 병행 개발 전략의 성과는 조만간 더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HLB그룹은 현재 리보세라닙과 관련해 FDA에서 지적받은 제조시설 관련 지적사항을 보완했다며 허가 재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구체적 신청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결정적 문제가 없는 만큼 향후 승인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진 회장은 신약 허가를 계열사 협업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진단 기업 HLB파나진은 엘레바테라퓨틱스와 리픽투에 적합한 환자를 찾는 동반진단 기기를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기기 개발과 허가가 이뤄져야 리픽투 승인이 진단 계열사의 미국 사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HLB그룹 계열사 신약의 미국 FDA 첫 허가 소식에 시장에서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8일 오후 2시 기준 HLB와 HLB글로벌, HLB바이오스텝, HLB생명과학, HLB제약, HLB테라퓨틱스 등 그룹 상장사 9곳이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나머지 1곳인 HLB이노베이션도 직전거래일 보다 29.72%(4500원) 뛴 1만964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HLB 주가가 역시 직전거래일보다 29.95% 오른 3만9700원에 거래됐다.
HLB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하나의 파이프라인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여러 파이프라인을 병렬로 개발하고 있다”며 “각 상장사가 연구개발 자회사를 책임지고 이끌어 온 모델이 올해 말에는 입증되는 시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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