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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백브리핑] 'AI 속도조절론' 달아오르자 빅테크 '부채 은닉설'도 재부상?

김수헌 fnt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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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백브리핑] 'AI 속도조절론' 달아오르자 빅테크 '부채 은닉설'도 재부상?
▲ 글로벌 AI업계에서 안전을 이유로 개발 속도를 늦추자는 ‘AI 속도조절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빅테크의 막대한 데이터센터 투자와 리스·SPV 구조를 둘러싼 부채 은닉 및 과잉투자 논란도 다시 부상하고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AI 모델의 개발 속도를 늦추자는 이른바 ‘AI 속도조절론’이 글로벌 AI 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잠재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게 속도조절을 주장하는 큰 이유다. 이 영향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업계의 주가가 한때 출렁이기도 했다.

속도조절의 진짜 속내는 따로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AI 신모델 출시 주기가 짧아지면서 순차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익 수호를 위한 개발 속도 담합이라는 비판도 있다.

속도조절론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의 입에서 처음 나왔다. 그는 최근 한 행사에서 “AI가 ‘스스로 AI를 개발하는’ 단계에 접어들기 전에 안전성을 검증하고 통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AI 모델에 대한 위험 예방책이 성능 향상 속도를 따라갈 수 있도록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등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

반박도 만만찮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혁신의 속도와 안전한 제품은 서로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달성 가능하다”며 “AI 안전 규제에 대해 시장의 통제력이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이 비슷한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한편 업계 거물들 사이에서 속도조절 논쟁이 가열되는 와중에 시장에서는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던 이슈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AI 빅테크들이 투자 관련 부채를 대거 숨기고 있다거나 GPU 감가상각 조정을 통해 이익을 부풀리고 있다는 주장들이다. 

가상의 예를 들어보자. 항공사가 여객기를 10년 동안 리스하기로 했다. 연 리스료는 10억 원이다. 항공사는 해마다 손익계산서에 여객기 리스 비용 10억 원을 영업비용 항목으로 반영하면 된다. 그런데 2018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의 리스 기준서가 바뀌었다.

항공사 같은 리스 이용자는 리스사에 지급해야 하는 10년치 총 리스료(이해를 돕기 위해 현재가치 할인 등은 고려하지 않음) 100억 원을 리스부채로 인식해야 한다.

항공사는 10년 동안 리스 여객기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신 연 리스료 10억 원을 회피하지 못하고 반드시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리스료 총액을 부채로 반영하라는 것이다.

빅테크들은 AI 데이터센터를 리스 방식으로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센터 건설과 자금 조달 구조를 먼저 살펴보자.

데이터센터의 법적 소유주는 SPV(Special Purpose Vehicle, 특수목적기구)다. 빅테크와 사모펀드운용사 같은 투자회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하는 페이퍼컴퍼니다.

예컨대 빅테크가 SPV에 10조 원을 출자한다. 투자회사는 20조 원을 출자하고 70조 원을 대출해 준다. 차주는 SPV다. 이렇게 SPV에 100조 원이 유입되고 이 자금은 데이터센터 건설에 사용된다.

만약 빅테크가 SPV에 대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면(지분율이 50%를 초과한다면) SPV가 안고 있는 차입부채는 빅테크의 연결재무제표에 잡힌다. 그러나 출자 지분상 SPV의 대주주는 투자회사다.

빅테크는 SPV와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15년 장기 임대차계약, 즉 리스 계약을 체결한다. 빅테크가 이 기간 동안 내는 리스료를 통해 투자회사는 대출금과 출자금을 회수한다. 

미국 기업인 빅테크는 US GAAP(미국회계기준)의 적용을 받을 텐데, IFRS와 마찬가지로 리스료 총액을 리스부채로 반영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다. 빅테크가 이 데이터센터를 15년 동안 장기 리스할 생각을 하고 있더라도 리스 계약은 5년 단위로 쪼개 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처음 리스 계약을 체결할 때 5년치 총 리스료만 부채로 반영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 뒤 5년 단위로 리스 계약을 갱신하면서 15년 동안 데이터센터 자산을 운용하면 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런 경우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초기 리스부채가 재무제표에 적게 잡히고, 이를 모르는 투자자들은 부채 규모를 착각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실 빅테크가 이 같은 금융구조를 활용해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는 사실은 사업보고서 공시나 IR 자료 등을 통해 시장에 공개되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구조로 인해 빅테크가 ‘부채를 숨길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다소 애매하다.

데이터센터가 리스료를 감당하고도 충분한 이익을 낼 정도로 수익성 있는 사업인지 여부를 따질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SPV 투자구조를 부채 은닉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리스부채를 재무제표에 반영하려면 데이터센터 리스가 개시돼야 한다.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라면 잠정적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는 있어도 아직 데이터센터라는 리스 자산을 이전받아 리스를 개시한 상황은 아니므로 부채를 반영할 필요가 없다. 이른바 미개시 리스 약정인 셈이다.

투자구조상 리스가 확정돼 있다는 점에서 미개시 리스 약정을 부외부채라고 부를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이것이 숨겨 놓은 부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미개시 리스 약정 역시 관련 내용이 사업보고서 재무제표 주석 등을 통해 시장에 공개된다. 빅테크들이 현재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가 많은 만큼 미개시 리스 약정 규모는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데이터센터의 미래 수익성을 논할 수는 있겠지만 부채를 은닉해 투자자를 속이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바라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알파벳, 오라클 등 5대 빅테크의 영업현금흐름 대비 시설투자비(CAPEX) 배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거의 1배에 근접했다. 아마존과 오라클은 각각 0.9배와 1배를 기록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1배를 초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기준 5대 빅테크의 잉여현금흐름(FCF)은 1750억 달러에 이르렀지만 올해는 연간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파벳의 올해 2분기 FCF는 이미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내년에는 5대 빅테크 기준으로 FCF가 1250억 달러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결국 데이터센터 투자에는 많은 차입이 뒤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다.

실제 빅테크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 사모대출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자금 조달은 대부분 차주가 SPV이기 때문에 부외부채 성격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미래 현금흐름으로 해소해 나가야 할 부채다.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즉 데이터센터의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빅테크가 직접 손실을 보전해야 하는 약정을 맺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일종의 우발부채인 셈이다.

5대 빅테크의 최근 5년간 누적 부외부채는 1.65조~3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장부상의 부채 1.35조 달러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업계에서 대표적인 부외부채 사례로 거론되는 것이 메타의 루이지애나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 금융구조다.

블루아울펀드(80%)와 메타(20%)가 출자해 SPV를 설립하는데, 이 SPV는 핌코와 블랙록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는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5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예정인데 메타는 이 데이터센터와 리스 계약을 체결하고 4년마다 리스를 갱신하면서 장기 운용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언급했듯 4년 단위 리스 갱신을 통해 리스부채를 분산 인식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차주인 SPV가 지는 273억 달러의 차입금은 지분구조를 보면 메타의 연결재무제표에 잡힐 이유가 없다. 메타는 이를 리스부채로 반영하는 식이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데이터센터 공사비 초과나 준공 지연, 잔존가치 보증 등과 관련한 여러 가지 부대 손실 부담을 메타가 떠안기로 계약이 체결됐다는 점이다. 우발부채 부담이 상당한 셈인데 관련 내용은 공시돼 있다.

모든 빅테크의 모든 데이터센터에 이런 부대계약이 붙어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음으로 GPU 등 데이터센터 자산과 관련한 감가상각 문제도 살펴보자.

예를 들어 회사가 150억 원을 들여 기계장치를 구축하고 가동에 들어갔다고 해보자. 이 기계장치를 수익 창출에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은 5년(감가상각 내용연수)으로 추정한다. 감가상각은 연 30억 원씩 비용 처리될 것이다.

그런데 이 기계장치가 GPU 칩이고 GPU는 대개 3년 주기로 신형 칩이 등장하면서 구형 제품은 경제적 가치가 급락해 수익 창출에 기여하기 어렵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감가상각 기간은 5년이 아닌 3년으로, 연 상각비용은 50억 원씩 처리돼야 할 것이다. 5년 상각을 하게 되면 첫 3년 동안 비용 축소를 통해 이익 부풀리기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빅테크들이 GPU 감가상각 기간을 늘려 회계상 이익을 부풀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에는 GPU의 경제적 수명이 길어지고 있어 감가상각 기간 조정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신 칩의 임대료가 계속 오르고 있고 6년 된 A100(AI 가속기)조차 애초 예상보다 훨씬 오래 현역으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출시된 지 4년 된 H100의 몸값은 오히려 뛰고 있는데 최신 AI 가속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구형 제품까지 임대 수요가 몰린 영향이라고 한다. 최신 칩이 나오면 과거에는 구형 장비를 뺐지만 이제는 신형을 추가하고 구형까지 모두 돌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AI 투자를 둘러싼 속도조절론이나 부채, 과잉투자 논쟁이 우리 메모리 업계에 당장 미치는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다만 올해보다는 수년 뒤 수요 증가 둔화기에 발생하는 공급 과잉 상황에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창신메모리 등 중국 후발업체의 생산능력 확대 역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요소라고 지적한다. 김수헌 MTN 기업&경영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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