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는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소주 기업이지만 맥주 1위 기업인 오비맥주의 소주시장 진출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파악된다. '일품진로'를 통해 공략하고 있는 프리미엄 소주 시장에서도 성과가 부족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 ▲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이사(사진)가 대중 소주시장을 방어하는 한편 프리미엄 수요까지 잡아야 하는 이중과제를 안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하이트진로> |
9일 하이트진로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장인섭 대표는 대중적인 소주시장을 방어하는 한편 프리미엄 수요까지 잡아야 하는 이중과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의 실적을 보면 맥주의 부진을 소주로 방어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맥주부문은 매출 3386억 원, 영업이익 61억 원을 기록했다. 2025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2.1%, 영업이익은 59.3% 감소했다.
반면 소주부문은 매출 8060억 원, 영업이익 1104억 원을 거뒀다. 매출은 1.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6% 늘었다. 국내 주류시장의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그나마 점유율 1위 기업이라는 이미지 덕분에 전체 수익성을 방어하는 모양새로 여겨진다.
하지만 장 대표 앞에 놓인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시선이 나온다. 오비맥주의 소주시장 진입이 대표적이다.
오비맥주는 9월 중으로 무설탕 소주 '찰랑' 판매에 나서겠다고 8월31일 발표했다. 알코올 도수 15도의 소주 찰랑을 앞세워 하이트진로의 참이슬후레쉬와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등이 경쟁하는 대중 소주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초기 판매 지역과 채널은 수도권과 제주 일부 식당 및 주점으로 제한적이다. 다만 오비맥주가 카스를 통해 확보한 영업망이 단단하다는 점에서 향후 영토 확대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축소되고 있는 주류시장에 4개의 브랜드가 자리잡고 있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오비맥주가 구축한 유통·영업망이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대중 소주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제품 정비를 진행해 왔다. 올해 2월 진로의 알코올 도수를 기존 16도에서 15.7도로 낮췄다. 6월에는 참이슬 후레쉬도 도수를 동일하게 조정했다.
가볍게 마시려는 주류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를 반영해 기존 고객을 붙잡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장 대표에게는 판매량뿐 아니라 수익성도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소주부문이 매출 감소에도 이익을 늘린 상황에서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영업·판촉 부담까지 커진다면 이익 개선 흐름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주류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도 장 대표가 고민해야 할 지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리서치 테크기업인 오픈서베이가 8월20~23일 조사해 9월 발표한 'MZ세대 주류 트렌드 리포트 2026'에 따르면 20~39세 남녀 2천 명의 최근 1개월 주류 음용률은 67.2%로 2024년보다 4.9%포인트 낮아졌다. 최근 1개월 주류 음용자의 월평균 음주 횟수도 6.40회로 0.64회 줄었다.
반면 최근 1개월 주류 음용자 1천 명 가운데 62.6%는 자주 마시기보다 가끔이라도 좋은 술을 마시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53.9%는 맛과 품질이 좋다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 ▲ 하이트진로는 증류주 브랜드 '일품진로'를 내세우며 프리미엄 주류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일품진로 25년산' 제품의 모습. <하이트진로> |
같은 보고서의 취식 기록 분석에서는 20~39세 주류 음용자의 위스키·브랜디 원액류 음용률이 2023년 3월~2024년 2월 1.7%에서 2025년 3월~2026년 2월 2.4%로 높아졌다.
이 결과만으로 소주 소비가 다른 주종으로 이동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음주 빈도가 줄어드는 가운데 품질과 취향을 기준으로 다양한 술을 선택하는 수요는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트진로와 같은 대중 주류 생산기업 입장에서 보면 프리미엄 소주가 이런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세우기 힘들다는 것이 주류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하이트진로는 오래전부터 '일품진로'로 프리미엄 소주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양한 일품진로 제품군을 내세운 상태지만 소주부문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미미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하이트진로는 메인 브랜드인 참이슬·진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두 브랜드가 소주부문 매출에서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프리미엄 증류주 시장은 하이트진로가 화요그룹을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화요가 선발주자로서 앞서 나가고 있지만 가장 인기 있는 제품군인 25도 증류주 시장에서는 일품진로와 화요 점유율이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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