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3월 국무회의에서 "국회 정무위원회가 자본시장법 등을 개정해야 하는데 야당이 위원장이라 지금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며 "상임위를 아예 열지 않는 것 같은데 가서 빌든지 회의를 열어달라고 읍소를 하든지 어떻게든 해 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주가는 생각보다 빨리 올라온 것 같지만 아직도 저평가됐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삶을 저해하는 반칙과 특권, 불공정은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문제라도 단호하게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직전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 누르기' 의혹을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이런 것이 주가 조작 아닌가요?"라고 적었다. 자본시장 후속 개혁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듯 이 대통령이 거듭 메시지를 내놓았음에도 관련 입법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대표적으로는 세 차례 상법 개정 이후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입법의 대표 후속 과제인 '주가누르기 방지법'이 꼽힌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5년 5월 대표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최대주주 등의 상장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시가가 순자산가치의 80%보다 낮으면 비상장주식처럼 자산과 수익가치를 반영해 평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유인을 줄여 기업가치를 높이자는 취지다.
▲ 이재명 대통령이 6월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 제도에서는 상장주식의 시가를 기준으로 상속세와 증여세를 계산하는 만큼 주가가 낮을수록 세 부담이 줄어든다. 법안은 이러한 구조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저평가를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경제 상임위 재편으로 관련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주가누르기 방지법뿐 아니라 경영권 변경 과정에서 일반주주에게도 동일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각할 기회를 보장하는 의무공개매수제, 물적분할 뒤 자회사 상장 때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 배정하는 신주우선배정, 상장사 합병가액을 시가가 아닌 기업의 자산·수익가치 등을 반영해 산정하도록 하는 공정가액 도입 법안 등 그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자본시장 개혁 입법도 함께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민주당이 법사위까지 확보하면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최종 심사 단계에서 지연될 가능성도 이전보다 낮아질 수 있다.
국민의힘이 남은 상임위원장을 맡아 국회 운영에 참여하더라도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다루는 정무위, 주가누르기 방지법이 계류된 재경위, 법안 최종 관문인 법사위는 이미 민주당이 주도권을 확보해 뒀다. 이에 따라 후반기 국회에서는 법안의 처리 여부보다 처리 속도와 입법 범위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의 세제개편안과 민주당의 후속 입법 일정이 구체화되는 7월 이후 주가누르기 방지법을 비롯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법안들이 실제 처리 속도를 낼 수 있을지가 후반기 국회의 첫 경제입법에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확보한 경제 관련 상임위원장 주도권이 얼마나 실질적인 입법 성과로 이어질지, 또 야당의 견제 속에서 어느 수준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지가 이재명 정부 자본시장 개혁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