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애경산업이 창립 이후 처음으로 인수했던 스킨케어 브랜드 '원씽'이 자본잠식 상태로 최근 애경산업에 흡수되면서 첫 인수합병(M&A) 성과가 휘청이고 있다.
애경산업은 원씽 인수 이후에도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브랜드 설립자에게 경영을 맡겨왔는데 M&A 기점으로 이들까지 모두 회사를 떠났다. 기존 운영 방식의 연속성이 끊길 위기에 처한 셈인데 애경산업이 자체 역량만으로 원씽을 되살릴 수 있을지 염려하는 시선이 나온다.
▲ 애경산업은 6월15일 완전자회사 '원씽'을 흡수합병하는 절차를 마무리했다. 사진은 스킨케어 브랜드 '원씽'의 대표 브랜드 '병풀추출물 토너' 제품. <원씽 공식홈페이지 갈무리>
5일 애경산업 상황을 종합하면 스킨케어 브랜드 '원씽'은 애경산업 스킨케어사업부 산하 브랜드로 재편돼 운영되고 있다.
애경산업은 6월 중순 완전자회사였던 원씽을 M&A하는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원씽 브랜드 창업자인 최유미 대표도 회사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애경산업은 2022년 5월 원씽을 인수한 뒤에도 해당 브랜드의 창업자인 배우주·최유미 대표에게 경영을 맡겨왔다. 하지만 배우주 전 대표가 2023년 말 먼저 회사를 떠난 데 이어 최근 최유미 대표까지 퇴사하면서 창업자 모두가 회사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최유미 대표는 퇴사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원씽의 기존 팀원들은 현재 스킨케어사업부 소속으로 원씽 브랜드 업무를 그대로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 정체성을 만든 창업주들이 모두 회사 전열에서 이탈하면서 애경산업이 자체 역량만으로 원씽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원씽은 2022년 5월 애경산업에 인수된 인디 스킨케어 브랜드다. 1985년 창립 이후 애경산업이 처음 추진한 M&A 사례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애경산업은 당시 원씽을 통해 화장품 사업의 성장축을 확대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회사는 베이스 메이크업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AGE20'S)'의 흥행에 힘입어 화장품 사업에서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지만 생활용품 대비 화장품의 매출 비중은 점차 축소되고 있었다.
실제로 전체 매출에서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51%에서 2019년 49%, 2020년 36%까지 낮아졌다. 같은 기간 애경산업의 영업이익도 786억 원, 605억 원, 224억 원으로 급감했다.
화장품 사업이 회사 수익성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던 만큼 색조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스킨케어까지 확대할 필요성이 커졌고 이에 원씽 인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원씽은 배우주 전 대표와 최유미 전 대표 등 초기 멤버 4명이 자본금 400만 원으로 2019년 설립했다.
두 사람은 화장품 업계 경험이 없었음에도 기존 화장품 원료 시장의 사업성에 주목해 자연 유래 원료를 앞세운 화장품을 구상했다. 원씽은 대표 제품인 '병풀 토너'의 흥행을 발판으로 일본·중국·미국 등 35개 나라에 진출했다. 이후 창업 3년 만에 기업가치 200억 원을 인정받으며 애경산업의 첫 인수합병 대상으로 낙점됐다.
▲ 애경산업은 2022년 5월 약 140억 원을 투입해 원씽을 인수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애경산업 본사. <애경산업>
당시 애경산업은 원씽이 인디 브랜드였음에도 제품 경쟁력과 해외 시장에서의 역량을 높게 평가해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는 약 140억 원을 투입해 원씽의 지분 70%를 확보했으며 이후 잔여 지분도 모두 인수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다만 애경산업은 원씽 M&A 이후 시너지를 내는데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인수가 이뤄진 2022년 원씽은 매출로 130억 원, 순이익 6억 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매출은 2023년 98억 원, 2024년 96억 원, 2025년 72억 원으로 감소했다.
순손익도 2023년 적자로 전환하면서 순손실 규모는 2023년 8억 원, 2024년 5억 원, 2025년 31억 원 등의 흐름을 보였다. 애경산업은 2025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애경산업이 인수 당시 기대했던 화장품 사업 경쟁력 강화도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애경산업이 원씽의 독립법인 체제를 종료하고 스킨케어사업부에 편입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애경산업은 이번 흡수합병을 원씽의 경쟁력 회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원씽을 애경산업 스킨케어사업부의 일부 브랜드로 운영하며 제품 기획과 연구개발(R&D), 영업, 마케팅 기능을 기존 애경산업 체계와 통합적으로 운영해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애경산업은 앞서 "원씽의 브랜드 자산과 애경산업의 사업 역량을 결합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며 "애경산업의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원씽의 구체적 육성 전략은 현재 수립 중인 만큼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회사가 보유한 브랜드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