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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청년 탈모약 지원에 건강보험 만능 아냐, 찾아보면 선택지 많다

장은파 기자 jep@businesspost.co.kr 2026-06-22 13: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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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청년 탈모약 지원 논의에서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하나다. 왜 건강보험인가.

탈모가 청년층에게 취업과 대인관계, 자존감까지 흔드는 현실적 고통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치료비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주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청년을 돕겠다는 명분이 건강보험을 복지정책의 우회로로 쓰는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
 
[기자의눈] 청년 탈모약 지원에 건강보험 만능 아냐, 찾아보면 선택지 많다
▲ 탈모약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과 관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탈모약 관련 이미지.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행정안전부는 7월4일 서울에서 열리는 국민참여형 숙의 토론회 ‘모두의 토론회’ 첫 주제로 탈모약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확대를 다루기로 했다. 정부는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향후 정책 검토와 제도 개선 과정에 참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보건복지부도 탈모약 관련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하반기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20~34세 청년층을 우선 적용 대상으로 삼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문제는 청년 탈모약 논의에 서로 다른 두 가지 쟁점이 섞여 있다는 점이다. 하나는 의학적으로 건강보험이 책임져야 할 질환성 탈모의 범위다. 다른 하나는 청년층의 치료비 부담을 어떻게 덜 것인가 하는 복지정책의 문제다.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건강보험 급여화로 풀려고 하면 논의가 꼬일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은 특정 세대 지원을 위해 꺼내 쓰는 재정이 아니다. 질병 위험과 고액 의료비 부담을 사회적으로 나누기 위한 공보험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1조는 건강보험의 목적을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해 보험급여를 실시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건강보험이 사회보장 제도인 것은 맞지만 그 출발점은 특정 세대 지원이 아니라 질병과 부상 등에 대한 보험급여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약제 급여 여부도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보험재정 영향 등을 따져 결정된다. 탈모약 급여 확대 논의 역시 청년층의 어려움이라는 정책적 공감만으로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급여 확대는 질환의 중증도, 치료 필요성, 비용효과성, 재정 지속가능성, 다른 의료 수요와의 우선순위에서 출발해야 한다.

건강보험은 이미 일부 질환성 탈모를 제한적으로 다루고 있다. 다만 일반적인 남성형·유전성 탈모나 노화성 탈모는 여전히 비급여 영역에 있다. 결국 쟁점은 탈모로 인한 생활상 어려움의 크기가 아니라 일반적 유전성·노화성 탈모까지 건강보험이 책임질 질환 범위로 볼 수 있느냐에 있다.

최근 중증 원형탈모 치료제 급여 확대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 선명하다.

보건복지부는 7월1일부터 바리시티닙 성분 경구제의 성인 중증 원형탈모증 급여 기준을 확대한다. 다만 기존 치료제를 3개월 이상 썼는데도 효과가 부족했거나 부작용으로 치료를 지속할 수 없는 환자, 탈모 범위가 일정 기준 이상인 환자 등 의학적 조건을 달았다. 치료 효과 평가도 전제로 한다.

이는 건강보험이 질환성 탈모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질환의 중증도와 치료 필요성이 확인되고 급여 지속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있을 때 건강보험 적용 논의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반면 청년 탈모약 건보 적용 논의는 질환의 중증도보다 청년이라는 정책 대상이 먼저 부각된다. 청년층 우선 적용 방안이 현실화된다면 같은 증상이라도 연령 기준에 따라 지원 여부가 갈릴 수 있다.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의학적 필요성보다 정책 편의에 따라 움직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건강보험 안에서 선별급여로 절충하자는 주장도 있다. 환자 본인부담률을 높여 재정 부담을 줄이면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선별급여도 결국 건강보험 체계 안으로 편입하는 방식이다. 본인부담률을 높인다고 해도 건강보험이 가격과 급여 기준을 떠안는 순간 다른 비급여 영역과의 형평성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기자의눈] 청년 탈모약 지원에 건강보험 만능 아냐, 찾아보면 선택지 많다
▲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이 올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됐다. 사진은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종로지사 모습. <연합뉴스>

더욱 큰 문제는 건강보험의 재정 상황이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탈모 진료비는 최근 10년 사이 크게 늘었다. 기존 급여 대상인 원형탈모 등에 대한 건강보험 공단 부담금도 증가세를 보였다. 여기에 일반적인 유전성·노화성 탈모까지 급여 범위에 넣으면 건강보험 지출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 재정은 이미 지속가능성 우려를 받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건강보험 재정 재추계에서 의료개혁 정책효과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건강보험 재정이 올해 적자로 돌아서고 누적준비금은 2031년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의료개혁 1·2차 실행방안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투자를 반영하면 누적준비금 소진 시점은 2029년으로 2년 앞당겨진다고 분석했다.

건강보험 재정 여력이 줄면 필수의료와 중증·희귀질환 치료제 급여 논의에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고가 혁신신약 도입도 한정된 재정 안에서 우선순위를 따져야 하는 영역이다. 일반적 유전성·노화성 탈모약 급여화는 다른 의료 수요와의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청년층 탈모 치료 부담을 덜어야 한다면 건강보험만이 답은 아니다.

실제로 정부 안팎에서는 건강보험 급여화와 별개로 건강바우처 같은 지원 수단도 거론된 바 있다. 다만 구체적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고, 건강보험 적용 여부 역시 의료적 필요성과 비용효과성 등을 따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쳐 정해질 사안이다.

탈모약 산업을 키우자는 논리도 건강보험 급여화와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면 연구개발 지원, 임상 근거 축적, 인허가 제도 개선 등 별도 산업정책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 건강보험 재정을 산업정책의 지렛대로 쓰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도, 설득력도 크지 않다.

왜 탈모약인가. 왜 청년층인가. 그리고 왜 건강보험인가.

정부가 청년 탈모약 지원을 추진하려면 이 질문들에 먼저 답해야 한다. 청년층 부담 완화라는 정책 목적은 복지재정으로 풀고 건강보험 급여화는 질환의 중증도와 치료 필요성, 재정 지속가능성에 따라 따로 판단해야 한다.

청년 탈모약 지원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해법이 곧 건강보험일 필요는 없다. 건강보험을 세대 지원 수단처럼 활용한다면 포퓰리즘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탈모약 논의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재원과 기준의 문제다. 질환성 탈모는 건강보험의 기준으로 판단하되, 청년 부담 완화는 복지정책 차원에서 함께 살펴야 한다. 건강보험을 만능 해법처럼 앞세우기보다 복지재정, 바우처, 지자체 지원 등 다른 선택지까지 놓고 따져보는 것이 정책의 설득력을 높이는 길이다. 장은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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