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6-05-13 16: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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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넥슨, 크래프톤 등 대형 게임사들이 장수 라이브 게임을 바탕으로 1분기 역대급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는 데 비해 중견·중소 게임사들은 적자 전환과 구조조정이라는 처절한 생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흥행 신작 부재와 고정비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중소중견 게임사들은 인공지능(AI) 도입을 통한 인건비 절감 등 경영 효율화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 크래프톤은 국내 게임 업계 불황 속에서도 2026년 1분기 배틀그라운드의 인기에 힘입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사진은 크래프톤의 서울 역삼동 오피스 내부. <크래프톤>
13일 게임 업계 1분기 실적 발표를 종합하면 국내 게임 업계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1분기 매출, 영업이익이 모두가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매출은 1조37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616억 원으로 22.8% 늘었다. 회사의 주력작인 배틀그라운드 관련 매출만으로도 분기 1조원을 넘겼다.
넥슨은 1분기 매출 전망치로 약 1조4천억 원대를 제시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4개 분기 모두 매출 1조 원을 넘긴 데 이어 올해도 분기 1조 대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엔씨도 ‘아이온2’와 '리니지 클래식' 등의 흥행으로 2022년 4분기 이후 약 3년 만에 분기 매출 5천억 원대를 회복하고,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1배 급증하는 반전을 이뤘다.
반면 중견급 이하 게임사들은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매출 감소와 함께 영업손실 174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간판작인 ‘쿠키런: 킹덤’의 대규모 업데이트 효과가 미미했고, 신작 ‘쿠키런: 오븐스매시’마저 부진하자 경영진은 무보수 경영과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이라는 배수진을 쳤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25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최근 실적 성장을 이어왔던 시프트업 또한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에 발목이 잡히며 영업이익률이 상장 이후 최저 수준(45.5%)으로 떨어졌다.
웹젠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시장의 위축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가량 꺾였다.
상황이 더 심각한 것은 규모가 작은 중소 개발사들이다.
지난해부터 픽셀트라이브, 픽셀트라이브, 이브이알(EVR)스튜디오 등 중소 개발사들은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거나,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신작 개발에 드는 제작비와 마케팅비는 천문학적으로 치솟은 반면 국내 게임 시장 성장세는 둔화하면서, 투입 비용을 회수하지 못한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모양새다.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특수로 형성됐던 거품이 걷히고 업계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며 "게임 산업 전반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가 이전보다 낮아지면서, 상황이 오히려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데브시스터즈는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대적인 경영 쇄신책을 11일 발표했다. 경영 안정성이 확보될 때까지 조길현 대표(사진)가 임금 전액을 반납하겠다는 무보수 경영 등도 쇄신안에 포함됐다. <데브시스터즈>
벼랑 끝에 몰린 게임사들이 최근 공통적으로 꺼내드는 카드는 'AI 기반 조직 재편'이다. 게임 개발의 고비용 구조를 인력 대신 AI로 대체해 생존 가능한 비용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데브시스터즈는 최근 AI 기술을 전면 도입해 '초고효율 경량 조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신규 채용을 일시 중단하고 인력을 줄이는 대신, AI로 업무 공백을 메워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회사 관계자는 "고유 창작 영역을 제외한 업무 전 영역에 AI 등 신기술을 전면 도입하겠다"며 "그간 내부 연구 개발(R&D)을 통해 일부 적용해 온 신기술 기반의 업무 인프라를 개발·비개발 전반으로 점진적 확대 정착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프트업도 올해 AI 전담 조직을 중심으로 AI 활용도를 높여 제작 단가를 낮추고 신작 출시 주기를 단축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도구가 게임 개발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전세계 게임 제작사들이 연간 최대 220억 달러(약 32조 원)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AI가 이들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우선 크래프톤이 이미 지난해 1천억 원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GPU) 투자를 단행하는 등 이미 대형사들이 자본과 기술 경쟁력으로 AI 전환을 주도하고 있어, 중소 게임사의 AI 도입이 충분한 경쟁력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창의성이 본질인 게임 현장에서 AI 도입이 콘텐츠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펄어비스가 7년의 개발 기간 동안 개발비에만 2천억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지는 ‘붉은사막’으로 실적에서 극적 반등에 성공한 것 처럼, 결국 실적 개선의 핵심은 비용 절감이 아닌 게임 개발력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생성형 AI 도구가 작업을 단축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사람을 대체할 수 없다"며 "AI 전환이 대규모 해고와 고용 불안을 정당화하기 위한 핑계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