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5년10월30일 부산 김해공항 내 김해공군기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참석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기술 발전에 뚜렷한 성과를 내면서 미국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더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그동안 중국을 겨냥한 기술 규제를 주요 협상카드로 활용해 왔는데 더 이상 이러한 전략이 효과를 보기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딥시크 신형 AI 모델, 미중 정상회담에 변수로 부상
1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기술 자급체제 확보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며 “이는 트럼프 정부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가 4월 공개한 최신 AI 모델이 중요한 계기로 꼽혔다.
딥시크는 새 인공지능 모델이 중국 화웨이의 반도체를 기반으로 최적화됐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와 같은 미국 기업의 기술에 의존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딥시크의 기술이 중국과 미국의 기술 경쟁에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며 이는 중국 정부의 첨단 기술 자급체제 구축 목표에 중요한 성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바이든 정부에서 미국의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 규제가 본격화된 뒤 화웨이를 포함한 자국 기업의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펼쳤다.
결국 딥시크를 비롯한 스타트업뿐 아니라 알리바바나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도 자국산 반도체를 데이터서버 등에 활용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뉴욕타임스에 “미국의 수출 규제는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 발전을 멈추는 대신 자체적으로 기술 생태계를 키우는 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흐름과 딥시크의 새 인공지능 모델 발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에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정상회담은 14일부터 이틀에 걸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 ▲ 화웨이 '어센드' 인공지능 반도체 기반 서버용 제품. <연합뉴스> |
◆ 트럼프 정부 ‘핵심 협상카드’ 결국 힘 잃나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부터 중국과 정상회담에서 엔비디아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는 엔비디아 제품 수입이 필수인 만큼 이를 협상카드로 적극 앞세우면서 미국이 정상회담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 미국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하는 것도 중국 정부와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미국은 이미 엔비디아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인 H200의 중국 수출도 제한적으로 허가했다. 이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우호적 태도를 내비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의 기술에 의존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분야에서 경쟁력을 충분히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이는 협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미국의 인공지능 기술 공급망과 의미 있는 수준으로 거리를 둔다면 미국 수출 규제의 영향력이나 협상력은 자연히 약화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장티앤자오 상하이 푸단대 부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꾸준히 반대해 왔다”며 “하지만 지금은 자체 기술 역량이 향상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추세를 계속 이어가는 방안을 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 미국과 중국 반도체 관련 이미지. <연합뉴스> |
◆ 중국 AI 반도체 기술 여전히 '한계' 분명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딥시크의 최신 인공지능 모델이 추론 작업에 화웨이 반도체를 활용하지만 학습에는 엔비디아 제품을 사용했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전했다.
중국 기업들은 자국 데이터센터가 아닌 다른 국가에 위치한 데이터센터를 원격으로 활용해 엔비디아 반도체를 우회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미국의 수출 규제가 인공지능 반도체뿐 아니라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에도 적용되고 있어 중국의 완전한 자급체제 구축은 아직 어렵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여전히 고성능 반도체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는 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의 분석을 근거로 들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지금보다 더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중국과 협상에서 무기로 앞세울 여지가 아직 남아있는 셈이다.
결국 트럼프 정부가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공략해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가 이번 정상회담 성과에 중요한 조건으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
다만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을 상대하는 트럼프 정부의 전략이 이제는 관세나 수출 규제를 비롯한 압박 대신 양국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번 정상회담도 트럼프 정부가 반도체 및 장비 규제를 무기로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보다 두 국가의 경제 협력 가능성을 중심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