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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가격 급등에도 버텨주던 '먹거리 물가' 흔들, 정부·한은 '복합 물가 압력' 시험대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6-05-12 16: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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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석유류 가격 급등에도 4월 소비자물가를 붙잡아주던 먹거리 물가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와 한국은행의 물가 대응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와 국제곡물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에너지발 물가 상승이 먹거리 물가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석유 가격 급등에도 버텨주던 '먹거리 물가' 흔들, 정부·한은 '복합 물가 압력' 시험대
▲ 석유류 가격 급등 속에서 먹거리 물가까지 흔들릴 조짐을 보이면서 정책당국의 물가 대응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12일 정부 안팎에서는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와 국제곡물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국내 물가 흐름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올라 1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석유류 가격은 전쟁 영향과 기저효과 등으로 전년 대비 21.9% 급등했다. 반면 농축수산물 물가는 농산물 가격 하락세 등에 힘입어 0.5% 하락했고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도 1.0%에 그쳤다. 식용유와 밀가루 가격 하락 등이 가공식품 물가를 눌러준 영향이 컸다. 정부도 “농축수산물 하락에도 석유류 가격 상승으로 물가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등을 통해 물가 상승 압력을 상당 부분 흡수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정부는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8% 수준까지 올라갔을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이 같은 완충 구조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최근 ‘국제곡물 관측 2026년 5월호’에서 올해 2분기(4~6월)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가 전 분기보다 6.9%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곡물 주산지 가뭄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바이오연료 수요 확대, 비료 가격 상승 등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곡물 가격 상승은 사료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축산물 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밀·대두 등 곡물 가격 상승은 밀가루·식용유 등 가공식품 원가 부담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최근 안정세를 보였던 먹거리 물가 전반에 상방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KREI는 올해 2분기 사료용 곡물 수입단가지수가 전 분기 대비 5.2%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국내 축산물 가격은 가축전염병 확산과 공급물량 감소 등으로 올해 들어 전년 동월 대비 4~6% 수준의 높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이번 고유가 충격이 단순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아니라 공급망 불안과 결합된 형태라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날 발표한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번 유가 급등이 단순 수급 문제가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운송 불확실성’ 성격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특히 운송 불확실성에 따른 유가 상승은 일반적 유가 상승보다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바라봤다. 운송 차질 우려가 커질 경우 정제기업 등이 예비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실제 수급 상황보다 가격이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같은 폭으로 오르더라도 운송 불확실성에 따른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약 2배 크게 나타났고 근원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이번 고유가 충격이 석유류 가격에만 머물지 않고 공업제품과 서비스 가격 등 경제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KDI는 설명했다.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최근 물가 경계감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석유 가격 급등에도 버텨주던 '먹거리 물가' 흔들, 정부·한은 '복합 물가 압력' 시험대
▲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1일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금리 인하를 논하기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물가 압력이 굉장히 크고 미래 물가의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지난해 기준금리 동결 국면에서 다섯 차례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낸 대표적 비둘기파로 꼽힌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도 앞서 “금리 인하를 멈추고 금리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 급등에도 내수 충격은 아직 제한적이고 반도체 경기 회복세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이 물가 대응에 더 무게를 둘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도 물가 불안 확산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석유류 가격과 민생 밀접 품목을 일일 점검하고 있으며, 매점매석 행위에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과 정부 비축 방출, 수입 다변화, 가공식품 할인 행사 등도 병행 추진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는 석유류뿐 아니라 곡물·축산물·외식 가격까지 동시에 상승하는 복합 물가 압력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존 방식의 물가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체감물가 비중이 큰 먹거리 가격이 다시 오를 경우 소비 심리 위축 압력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석유류와 먹거리 물가가 동시에 불안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책당국의 물가 관리 부담도 한층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주요국 대비 상승률은 낮지만 국내적으로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 2.2%, 4월 2.6% 등 올라가는 상황”이라며 “안심하지 않고 민생물가 특별관리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더 적극적이고 치밀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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