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 기자 bamco@businesspost.co.kr2026-05-12 15: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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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카드대란 당시 설립된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의 장기연체채권 추심을 강하게 질타하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 발언 이후 은행·카드사들은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연체채권을 정부의 새도약기금에 넘기겠다는 입장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카드 사태가 20~30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추심하면) 사람은 어떻게 살라는 거냐”며 “(이자가) 10~20배 늘어나서 끝까지 집안 콩나물 한 개라도 팔아서 갚아야 한다는 게 국민적 도덕감정에 맞냐”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사채업자도 아니고 금융기관들이 정부 발권력을 이용해 영업하는 측면도 있고, 면허나 인가제도를 통해 혜택을 보는 측면이 있다. 공적규제나 공적부담도 해야 한다. 혜택은 누리면서 부담은 끝까지 안하겠다는 태도는 옳지 않다”라며“필요하면 입법해서라도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상록수(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는 2003년 카드대란 당시 발생한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은행·카드사 등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금융회사 부실채권을 별도 기구로 넘겨 관리·회수하는 이른바 ‘배드뱅크’ 역할을 맡아왔다.
금융회사는 부실채권을 배드뱅크로 넘겨 건전성을 높이고, 배드뱅크는 해당 채권을 회수·매각·상각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정리한다.
다만 상록수는 정부의 장기연체채권 소각 프로그램인 새도약기금에는 참여하지 않아 장기채무자들이 채무조정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무회의에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서 ‘1천만 원 빚이 4400만 원으로, 죽기 전엔 빚 조정 어려워, 은행도 상록수 그늘에 숨었다’라는 이름의 기사를 공유하고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며 “지금까지 관할당국은 왜 이런 부조리를 발견조차 못하고 있었을까”라고 짚었다.
이 대통령이 인용한 기사는 상록수가 보유한 카드대란 연체채권 상당수가 새도약기금 지원 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음에도, 상록수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와 금융사들의 소극적 태도로 채무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지적을 제기했다.
대통령 발언 이후 금융사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이날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연체채권 가운데 하나은행 지분에 해당하는 10%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한카드도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연체채권 중 신한카드 지분에 해당하는 채권 전액을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리카드 역시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연체채권 가운데 자사 지분에 해당하는 채권 전액을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장민영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연체채권 중 기업은행 지분에 대해 “이미 암묵적으로 양도(매각)를 동의했다”며 “굳이 보유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조속히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