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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마음] 어그로로부터 정신건강을 보호하는 법

반유화 yoowha.bhan@gmail.com 2026-03-03 09: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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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마음] 어그로로부터 정신건강을 보호하는 법
▲ 인터넷상에서 자극적인 주장을 던져서 사람들의 반응을 끌어내는 행위, 이른바 ‘어그로’는 우리를 자주 피로하게 만든다. 사진은 지난 2월19일 한국사 강사 출신 보수 유튜버 전한길씨가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 집회에 참석해 선고 관련 발언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인터넷에는 이런 농담이 있다. “부산 사시는 분들~ 놀러갈만한 곳 좀 알려주세요”라고 정중하게 물으면 원하는 답을 얻기 어렵고, “부산에 볼 게 뭐가 있어ㅋㅋ 바다밖에 더 있나?”라고 써야 사람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자신이 알고 있는 온갖 명소들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이 정도야 농담이지만, 인터넷상에서 자극적인 주장을 던져서 사람들의 반응을 끌어내는 행위, 이른바 ‘어그로’는 우리를 자주 피로하게 만든다. 이런 행위를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하는 게 좋을까? 

어그로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대표적인 예로는 특정 집단을 싸잡아서 비난하는 것이 있다. 여기서는 그 특정 집단을 동물에 비유하여 예를 들어보겠다. 

“캥거루는 정말 이상한 동물이다. 새끼를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니. 독립심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양육 방식 아닌가? 저렇게 과잉보호를 하니 캥거루라는 종은 나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캥거루 덕질을 하는 사람에서부터 캥거루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여 비판을 하고 설득을 시도한다. 다양한 근거자료를 찾아오기도 한다. 유대류의 번식 방식과 조산 상태로 태어나는 새끼의 특성, 외부 포식자로부터의 보호 전략, 주머니의 생리적 기능까지. 논문 링크와 다큐멘터리 영상이 줄줄이 달린다.  

그렇지만 처음 그 말을 한 사람은 그런 반박에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꼬투리를 잡으며 가볍게 튕겨낸다. 그의 문장은 점점 짧아지고, 설득하는 사람들의 말은 점점 길어진다. 

사람들은 왜 그를 어떻게든 설득해보려 애쓰게 되는 걸까? 

우리 안에는 ‘사람은 대체로 합리적이며 내가 이해할수 있다’는 믿음이 기저에 깔려 있다. 그리고 그 믿음 안에서 우리는 세상을 안전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그 믿음에서 벗어나는 발언을 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순간, 이 세상과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전제가 무너지면서 나의 안전이 갑자기 위협받는 듯한 상황이 되어버린다. (“아니 대체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가 있지? 세상이 나를 속이고 있나?”) 

그래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믿음을 회복하고 세계관을 지키기 위해, 그의 비합리적인 생각을 합리적인 생각으로 어떻게든 바꾸어놓으려 애쓴다. (“설마 뭔가를 몰라서 하는 소리겠지.” “자료를 제대로 보면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겠지.”) 그래서 더 많은 자료를 찾고, 더 정교한 설명을 붙이며, 끝까지 이해시키려 한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어떤 사람은 어떤 영역에서 매우 비합리적일 수 있으며, 그것이 인터넷상의 대화로 바뀌기는 대단히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가졌던 우리의 기본적인 전제를 빨리 수정하는 쪽으로('이상한 사람이군') 향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이 이상하더라도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여전히 대체로 안전하다고 생각해도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거나 무시하는 것만이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나 자신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내 마음이다. 다만 한 가지는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으며, 정당한 세상에 대한 믿음을 지키기 위해 모든 전투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당신의 시간은 귀하므로 그것을 잘 분배하기를 권한다. 때로는 “저 사람은 자신의 한계 안에서 말하고 있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스스로의 정신건강을 보호하는 선택일 수 있다. 

어그로성 발언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점검해볼 것은 그의 논리가 아니라 나의 에너지다. 지금 내가 이 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여기에 시간을 쓰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잠시 생각해보자. 내 하루의 컨디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서적 여유, 지금 더 소중히 써야 할 관계와 일들을 떠올려보자. 

그 생각을 거친 뒤 당신이 그에게 반박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목적을 조금 바꾸어 잡는 편이 좋다. 눈앞의 그 한 사람을 설득하겠다는 목표는 달성 가능성이 낮으며 당신이 소진되기 쉽다. 그러나 그 대화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을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 아직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사람들, 혹은 마음속으로는 불편함을 느끼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신의 문장들이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공개된 공간에서의 반박은 상대 한 사람을 향한 것이 아니라, 그 공간 전체를 향한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의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고 해서 당신의 노력이 무의미했던 것은 전혀 아니라는 점을 꼭 기억하기를 바란다. 어그로는 관심을 먹고 자라지만, 합리적인 설명 역시 누군가의 사고를 키워주는 자양분이 된다. 다만 때로는 물러서고, 때로는 말하는 그 선택은 스스로가 얼마든지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사실 역시 잊지는 말기로 하자. 우리는 소중하니까! 반유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여성학협동과정 석사를 수료했다. 광화문에서 진료하면서, 개인이 스스로를 잘 이해하고 자기 자신과 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책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언니의 상담실', '출근길 심리학'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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