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5-11-07 16: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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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 3분기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존재감을 입증했다.
네이버는 커머스 사업의 고성장을 발판으로 분기 매출 3조 원을 돌파했고 카카오도 광고시장 회복과 플랫폼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두 기업이 모두 ‘AI 전환기’의 수혜를 입으며 단기 성과를 확인했지만 동시에 구조적 성장의 불확실성과 풀어야 할 과제 역시 여전하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통상적으로 광고와 커머스 사업의 비수기로 분류되는 3분기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네이버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1381억 원, 영업이익 5706억 원, 순이익 7347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5.6% 증가하며 분기 기준으로 처음 3조 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 역시 8.6% 늘어나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카카오는 같은 기간 매출 2조866억 원, 영업이익 2080억 원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9%, 영업이익은 59% 늘어난 수치로, 지난 2분기에 이어 또 한 번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두 기업 모두 공통적으로 광고와 커머스 부문의 회복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네이버는 올해 초 출시한 ‘네이버플러스스토어’를 중심으로 커머스 매출이 빠르게 성장했다. 거래액 증가와 함께 쇼핑 수수료 개편으로 수익 구조가 강화됐고 유료 멤버십 확대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했다. 카카오는 ‘톡비즈’를 중심으로 한 광고 부문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경기 둔화 이후 확실한 반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구조적 성장의 측면에서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두 기업 모두 여전히 광고와 커머스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인공지능(AI) 전환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는 ‘AI 중심 사업 전환’을 선언하며 AI 인프라 확대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최근 통합 컨퍼런스 ‘단25(DAN25)’ 기조연설에서 “검색, 쇼핑, 로컬 등 주요 서비스에 AI를 접목한 결과 사용자 만족도와 매출 모두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확인했다”며 “이제는 고도화된 AI 에이전트를 본격적으로 도입해 서비스 전반의 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현재 6천억 원 수준인 GPU 투자를 내년에 1조 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제2사옥과 세종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피지컬 AI’ 테스트베드를 본격 운영하며 AI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 대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데이터·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산업 전반의 AI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GPU 투자는 공공기관이나 민간에 공급 가능한 GPU 서비스형 사업(GPUaaS) 등 수익 연동 투자를 병행해 재무적으로 감내 가능한 선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간 합병이 추진 중인 만큼 인수 이후 현금성 자산이 대거 소진되면서 AI와 광고·커머스 등 핵심 사업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다양한 투자와 인프라 확충으로 인한 비용 압박을 감내하면서 실질적인 성장 동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다.
카카오의 경우 플랫폼 경쟁력 회복과 콘텐츠 사업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최근 광고 상품 개편을 둘러싼 사용자 반발로 홍역을 치렀고 ‘톡보드’ 중심 광고 모델이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과도한 노출과 피로감이 문제로 지적됐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 부문도 정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해 플랫폼 성장세에 비해 수익 확장 속도는 더디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올해는 그룹 거버넌스를 효율화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단단히 다지는 시기였다”며 “내년부터는 AI가 카카오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진화해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드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고 있지만 아직은 본격적인 수익화보다는 기존 사업과 결합시키는 단계”라며 “얼마나 빠르게 사업 모델로 연결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