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래 기자 klcho@businesspost.co.kr2025-10-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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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산업의 세계적 구조조정 추세에 실적 회복이 기대되는 상황 속에서도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은 국내에서는 정부의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 기조에 부응하면서 인도네시아에서 가동을 시작한 기초유분 중심의 라인 프로젝트 가동률을 높여야 하는 이중 과제를 떠안아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이 국내에서는 정부의 NCC 감축 기조에 부응하면서도 인도네시아에서 가동을 시작한 라인 프로젝트의 가동률을 높여야 하는 이중 과제를 떠안았다.
3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를 비롯한 7개 부처가 공동으로 ‘석유화학산업 성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며 이전보다 진전된 10가지 구체적 대책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10가지 대책은 효과적 투자를 비롯해 기술 혁신, 효과적 투자, 디지털 전환, 시장 수요 확대, 국제 무역 환경 대응 등 크게 5개 분야로 구분된다.
특히 세계 최대 석유화학 생산국인 중국은 효과적 투자 측면에서 에틸렌을 비롯한 기초유분 관련 신규 설비 증설을 엄격히 관리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노후 석유화학 시설 개보수와 신기술 산업화 시범사업 등에 우선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중국 정부는 생산규모 30만 톤 이하의 에틸렌 설비를 퇴출 대상으로, 20년 초과 설비의 경우 의무적 평가를 거쳐야 하는 잠재적 폐쇄 대상으로 지정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에 석유화학산업 성장 안정화 방안이 세워짐에 따라 20년 이상 노후 설비와 30만 톤 이하의 에틸렌 설비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된다고 가정하면 총 1000만~1100만 톤 규모의 NCC 설비가 감축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NCC 구조조정에 속도가 나면서 국내 대표적 기초유분 업체인 롯데케미칼의 실적도 조만간 회복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2027년 구조조정이 완전히 끝난 뒤 영업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2028년부터는 에틸렌 설비 증설이 완전히 감소해 장기 실적까지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오는 10월부터 정식 가동에 들어가는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LINE Project)는 롯데케미칼이 앞으로 실적을 회복하는데 이영준 사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 오는 10월부터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LINE Project)는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사진은 지난 4월 이영준 사장(가운데)이 라인 프로젝트 현장을 찾은 모습.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공장은 기초 유분인 에틸렌 100만 톤, 프로필렌 52만 톤, 부타디엔 14만 톤, 벤젠·톨루엔·자일렌(BTX) 40만 톤 등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이 생산설비 구축에 모두 5조3천억 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석유화학 업황이 전반적으로 여전히 부진한 상황에서 대형 설비의 초기 가동률을 높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일본 신용평가사 JCR은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최근 하향했다.
키이치 스기우라 JCR 연구원은 “라인 프로젝트는 생산 초기 단계에 가동률 증가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련 고정비용이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사장은 회사 전체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국내에서 정부 주도 아래 이뤄지는 NCC 통폐합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범용 제품 생산을 줄이는 대신 이를 고부가 제품 생산으로 돌려야 이익 개선 시점을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 있다.
정부가 목표로 한 국내 NCC 설비 25% 폐쇄가 실현되면 롯데케미칼의 경우 전반적 가동률이 현재 70%에서 85~93%까지 높아져 고정비 절감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발적 설비 폐쇄를 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정부 혜택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이 사장이 NCC 통폐합에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요인이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NCC 통폐합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석유화학기업으로 꼽힌다.
롯데케미칼은 정부가 지난 8월 석유화학산업 재도약 추진방향을 발표하기 전인 6월부터 국내 석유화학사 가운데 처음으로 HD현대케미칼과 충남 대산 NCC 놓고 통합 논의를 시작했으며 지난 9월에는 전남 여수 지역의 여천NCC와 NCC 통폐합과 관련된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복잡해 설비 통합을 실제 이루기까지 가야할 길이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석유화학 제품 수입국으로 여겨진다는 시장 특성을 반영해 진출했다”며 “이와 달리 국내 시장은 중국의 공급과잉 영향을 더욱 직접적으로 받고 있어 기초유분 설비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