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CC가 시장기대치(컨센서스)를 웃돈 2분기 영업이익을 거둔 데는 실리콘 부문에서 큰 폭의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KCC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7053억 원, 영업이익 1404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시장기대치와 비교해 보면 매출은 비슷했지만 영업이익은 17.8%나 웃돈 수치다.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보다 0.1% 하락한 것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KCC가 1년 전보다 영업이익이 적지 않게 줄었을 것으로 추정했던 셈인데 이를 뛰어넘는 성과를 보인 것이다.
KCC는 2분기 실리콘 부문에서 43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133.7% 급등한 것이다. 실리콘 부문 영업이익률은 기존 2.3%에서 5%대로 2배 이상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정 회장은 실리콘 부문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에 불리한 환경에 놓였음에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4월 초 한때 1486.5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6월 말 1350원대로 내렸다. 대신 원료 메탈실리콘의 가격이 하향 안정화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애널리틱 등에 따르면 메탈실리콘 가격은 지난해 말 톤당 1만2천 위안(약 232만 원)에서 올해 2분기 톤당 1만 위안(약 193만 원) 밑으로 하락했다.
2022년 상반기 고점을 찍은 메탈실리콘 가격은 과잉 공급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7월에도 직전 6월보다 1.5%가량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 회장은 꾸준히 실리콘 부문에서 원가를 낮추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실리콘 부문이 우수한 실적을 거둔 데는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KCC는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기대치를 큰 폭으로 웃돌며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며 “판가 및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메탈실리콘 가격 급락과 원가 개선 활동 지속에 따른 효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실리콘 공급 측면에서도 유리한 환경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KCC 실리콘 부문은 글로벌 공급량 감소에 따른 판매가 상승으로 힘입어 실적 개선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고무 전문매체 유러피언러버저널 등 해외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중국 산동성에 위치한 둥웨(Dongyue)그룹의 유기실리콘 플랜트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유기실리콘 공급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둥웨그룹은 중국 2위 유기실리콘 생산기업으로 시장 점유율은 12% 수준이다.
이번 사고로 둥웨그룹의 전체 연간 유기실리콘 생산능력 60만 톤의 절반인 30만 톤 규모의 생산설비가 소실된 것으로 파악된다. 유기실리콘 플랜트와 장비, 재고 등이 종합적으로 피해를 입은 만큼 생산 재개 시점 역시 불명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직후 유기실리콘 가격이 톤당 1만2천 위안(약 232만 원)으로 하루 만에 9%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상하이메탈마켓에 따르면 5일 기준 유기실리콘 가격은 톤당 1만2400위안(약 240만 원)을 기록했는데 시장에서는 향후 톤당 1만3천 위안(약 252만 원)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앞서 최근 미국 다우(DOW)도 연산 15만 톤 규모의 영국 유기실리콘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반면 실리콘 수요는 꾸준히 우상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실리콘 시장 규모는 2024년 182억7천만 달러(약 25조4천억 원)에서 2034년 355억8천만 달러(약 49조4600억 원)까지 연평균 7%가량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리시던스리서치는 전자, 의료, 항공우주 자동차 등에 활용되는 실리콘의 ‘다재다능함’이 시장 성장에 기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리콘업계 한 관계자는 “유기실리콘 가격이 안정세로 전환하면서 기초 제품군 가격도 안정화하는 추세고 전방수요 회복은 여전히 살펴봐야 하지만 고부가 제품 중심의 시장 수요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최근 일부 공급망 이슈로 유기실리콘 가격 변동의 가능성이 생겼지만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 KCC와 모멘티브 관계자들이 2023년 말 뉴욕 펄 리버로 이전한 모멘티브 글로벌혁신센터 개소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모멘티브 링크드인 페이지>
3조5천억 원을 투자한 모멘티브 인수 이후 실리콘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정 회장이 긍정적 기류가 돌고 있는 업황에 힘입어 KCC 역대 최대 실적을 올해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4711억 원으로 역대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세운 KCC가 올해 실리콘 부문 회복세에도 건자재 부문 부진이 겹치며 지난해보다 소폭 낮은 45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다만 실리콘 부문이 2분기 예측보다 더 큰 성과를 내면서 2년 연속으로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나증권은 올해 KCC 연결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4631억 원에서 5227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더불어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도 5315억 원에서 5999억 원으로 변경했다.
올해 KCC 부문별 예상 영업이익을 보면 도료 부문은 지난해와 유사한 2200억 원, 건자재 부문은 33%가량 감소한 1150억 원을 거두는 반면 실리콘 부문은 2.5배가량 뛴 1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KCC 실적을 놓고 보수적 관점에서 최근 판가 급등분은 강하게 반영하지 않았지만 업황 상황을 고려하면 전망치는 충분히 상향될 수 있다”며 “건자재·도료의 이익 체력도 높아졌고 실리콘의 향후 영업이익 증가 전망이 뚜렷해진 점 등을 고려하면 사상 최대 실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