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진 KCC 회장이 건설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실리콘과 도료 사업에서 성과를 내면서 선전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
[씨저널]
정몽진 KCC 회장이 건설경기 불황 속에서도 실리콘과 도료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정 회장은 앞으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는 고부가 소재와 친환경 혁신기술에 집중해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 건설 불황에 KCC만의 돌파구, 실리콘과 도료
국내 건설업계는 공시비용 부담 증가와 2023년부터 점증된 건설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주택 착공 실적은 2023년 24만2천 호, 2024년 30만5천 호로 2021년 58만3천 호와 2022년 38만3천 호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건설사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지방에서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며서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사업 추진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까닭이다.
건자재 업체들도 건설업 불황에 동반 부진을 경험하면서 KCC 건자재 부문도 녹록지 않은 상황을 만나고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KCC 건자재 사업부문은 2024년 영업이익이 2023년과 비교해 1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KCC는 건설 불황에도 불구하고 2024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해 눈길을 끌었다.
KCC는 2024년 연결기준 매출 6조6587억 원, 영업이익 4711억 원을 거뒀다. 2023년과 비교해 매출은 5.9%, 영업이익은 51% 증가했다.
실적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는 실리콘 부문과 선박 및 산업용 도료에 집중한 것이 꼽힌다.
실리콘 사업의 경우 일반 소비자가 사용하는 생활용품 등 소비재 전반 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반도체 웨이퍼를 비롯한 전기전자 분야 등 각종 산업에 쓰이기 때문에 특정 산업의 업황에 좌우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특히 전기차 산업의 등장과 의료용 실리콘 수요 증가로 고부가 제품이 성장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도료 사업도 건설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자동차와 선박, 산업용 도료에서 수요가 증가해 외형이 커졌고 수익성도 단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정몽진 리더십, 실리콘과 도료 부문의 성장 이끌어
실리콘 사업이 클 수 있었던 것은
정몽진 회장의 리더십이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의 리더십 아래 비건자재 부문을 키우면서 '건자재 업계에서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2019년 세계 3대 실리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즈(모멘티브)를 인수해 성장동력을 만들었다.
당초 시장에서는 정 회장의 결단을 '무리수'라고 평가하는 시선도 존재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실리콘 사업에 대한 의지를 흔들림 없이 보여줬고 지난해 그 결실을 보게 됐다.
정 회장은 2024년 신년사에서도 "소재와 실리콘은 미래시장에서 '캐시카우'가 될 핵심사업이다"며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로 관련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의 어떤 환경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하자"고 말했다.
정 회장은 도료 사업에서도 성고를 내고 있다.
KCC는 글로벌 조선업 '슈퍼사이클'에 힘받아 도료 부문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2024년 KCC 해외법인의 도료 매출은 8202억 원으로 2023년과 비교해 절반 넘는 57.8% 급증했다. 특히 중국과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글로벌 생산거점의 선박 및 컨테이너 도료 수요 증가가 성장을 이끌었다.
대표적으로 중국 곤산 법인은 매출이 2023년보다 127% 증가한 3088억 원을 거뒀고 광저우 법인은 133%, 싱가포르 법인도 87%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KCC는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 등 해외 도료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며 "해외법인의 실적 호조는 올해에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KCC가 올해에도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정몽진, 다음은 '고부가 소재'와 '친환경 혁신'
정몽진 회장이 이끄는 KCC는 이제 고부가(스페셜티) 소재와 친환경 혁신기술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KCC의 '메타크루즈 엔에스'다.
KCC는 국내 최초로 실리콘 도료에 양극성 기술을 결합한 친환경 제품 '메타크루즈 엔에스'를 출시했다. KCC가 잘하는 실리콘 사업과 도료 사업의 기술이 융합된 결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제품은 선박 표면에 따개비와 조개 등 해양생물이 붙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역할을 한다.
선박 표면에 해양생물이 붙어 자라면 마찰 저항력이 증가해 배가 느려지고 연료 소비가 늘어나는데 KCC의 제품은 이를 차단해 선박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특히 탄소집약도지수(CII) 등급개선효과를 통해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MCS 선박에도 적용되고 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