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2025년 2분기 실적 저점을 통과한 뒤 3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삼성전자가 2분기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의 엔비디아 납품이 지연된 데다 미국의 중국 AI 반도체 제재가 겹치며, 시장 기대치에 1조 원 이상 못 미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강세 지속과 HBM 공급 부족을 감안하면 3분기에는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향후 실적 개선은 HBM 경쟁력 회복,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신규 고객 확보 여부에 달린 것으로 분석된다.
8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반도체 쇼크’로 시장 기대치였던 6조2천억 원에 한 참 못 미치는 4조6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3분기 연속으로 SK하이닉스보다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 확실해졌다.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 20조2952억 원, 영업이익 8조8394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삼성전자 ‘어닝 쇼크’의 가장 큰 원인은 반도체 부진이다.
2분기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약 3조3천억 원, 삼성디스플레이는 5천억 원, 하만은 4천억 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내며 어느 정도 선방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영업이익은 4천억 원에 그쳤을 것으로 추산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메모리사업부는 약 3조4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낸드플래시는 4천억 원, 파운드리/시스템LSI는 2조6천억 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산됐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분기 HBM 재설계, (엔비디아 HBM) 인증 지연, 대중 제재에 따른 반도체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등이 반영되며 반도체 실적이 아쉬웠다”며 “반면 스마트폰은 중저가 모델로 AI 기능 탑재를 확대하며 기대 이상의 판매량을 시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분기를 저점으로 3분기에는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은 3분기 AMD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 HBM 판매량 증가로 생산량과 평균판매단가(ASP)가 각각 전분기 대비 5%, 7%씩 증가할 것”이라며 “DS 부문 영업이익도 4조1천억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AMD를 비롯해 브로드컴 등 주요 맞춤형 반도체(ASIC) 고객사의 HBM 주문이 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은 HBM3E 12단의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 울트라’ 공급을 타진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여기에 HBM3E 12단의 엔비디아 공급이 가시화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은 최근 미국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 울트라’ 들어갈 HBM 제품 공급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도 계절적 성수기 진입과 엑시노스의 판매 증가에 따라 하반기 적자 폭이 줄어들 공산이 크다.
오는 9일 공개되는 갤럭시Z플립7은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하고, 삼성 3나노 파운드리 공정으로 제조한 모바일 프로세서(AP) 엑시노스2500이 탑재된다. 올해 4분기부터는 2나노 공정으로 엑시노스2600 양산에도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비메모리(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부문은 적자 폭 축소가 드라마틱하게 전개되지는 못하겠지만, 지속적인 가동률 상승으로 실적 개선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퀄컴 등 2나노 AP(모바일 프로세서) 등 외부 고객사 유치를 위한 작업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르면 하반기에는 새로운 수주 소식이 들려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각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8조~9조5천억 원 수준으로 제시했다. 2분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2배 가량 증가하는 것이다.
다만 단기적 실적 반등보다는 근원적 반도체 경쟁력 회복이 훨씬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하반기에 들어선 만큼 올해 반도체 사업 회복의 큰 변화를 노리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 상반기는 결과적으로 부진했고, 하반기 엔비디아의 HBM3E 12단 공급망에 뒤늦게 진입한다고 해도 경쟁사 이상의 물량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D램 공정 기술의 열위가 HBM3E에서 삼성전자가 고전한 가장 큰 이유”라며 “2026년에도 지난 3년의 부진을 거듭하지 않기 위해선 HBM4 성공이 중요하고, 이에 D램 1c 공정을 선제적으로 적용하는 등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