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번째 임기 들어 과거 1기 정부 당시 유지했던 '친이스라엘 정책'과 사뭇 다른 경제협력이 중심이 되는 실용주의 관점의 중동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중동 지역의 긴장이 완화하며 석유화학 업체들이 유가 안정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6일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과 함께 UAE 아부다비 대통령궁인 카스르 알 와탄에 도착해 주변을 응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
19일 로이터,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13~16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지역 3개국 순방을 통해 중동 지역의 외교 지도를 새로 그린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당시에 거북한 사이였던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를 완전히 회복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로부터 방위 협력을 포함해 총 6천 억달러(약 850조 원) 규모의 투자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바이든 전 대통령의 요청에도 증산을 끝내 거부했으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들어 원유 생산 확대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를 놓고 "미국의 관세 전쟁 돌입과 더불어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움직임이 나타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며 "트럼프에 정치적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 낮추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으로 유가가 안정되면 자신의 에너지 가격 낮추기 정책 기조에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빈 살만 왕세자와 함께 아흐메드 알 샤라 시리아 대통령과 회담하고 대 시리아 제재 해제를 전격 발표했다. 알 샤라 대통령은 한 때 미국의 수배를 받았던 인물로 이스라엘에서는 그를 '양복 입은 테러리스트'라 부를 정도로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와 UAE와도 다양한 투자와 구매 협약을 맺었을 뿐 아니라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존 대미 투자계획의 재확인도 받아냈다. 이뿐 아니라 이스라엘과 적대관계인 이란과는 2015년 이후 10년 만에 핵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첫 집권 당시 미국의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가 아닌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하며 중동 국가를 자극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움직임을 2번째 임기 초반에 보이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정부에서 중동 걸프만 국가들을 신뢰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부유한 사업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며 "중동 정책이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CNN도 중동 분석가이자 전직 국방부 고문인 재스민 엘 가말(Jasmine El-Gamal)을 인용해 "미국과 중동의 관계에 '새로운 새벽(new dawn)'이 오고 있다"며 "중동 국가들은 미국으로부터 안보 보장을 얻어낸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보도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실용주의 중동 외교로 국제 유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가자 지구 공격에 집중하며 중동 지역의 긴장감을 높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다소 거리를 두려는 행보를 보이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완화하며 유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산유국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해 유가 하락을 유인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가격 인하를 통해 미국의 구매력을 높이고 물가를 낮춰 지지율을 높이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조에 따라 유가가 안정되면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업황 악화로 고전하는 석유화학 업체들도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에 나섰고 이란과 핵협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며 "중동 정세가 안정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종전 협상에서 석유를 무기화하기 힘들어져 최근 3~4년과 달리 유가가 안정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바라봤다.
윤 연구원은 이에 따라 "석유화학의 주요 원료인 나프타 가격도 하향 안정화할 공산이 커지면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며 주요 투자 대상 종목으로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에쓰오일, 한화솔루션, 유니드 등을 꼽았다.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