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투자기관 자금으로 운용되는 유럽 녹색펀드가 설명과 달리 탄소 배출량이 많은 화석연료 기업에 거액의 자금을 투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석탄 화력발전소 참고용 사진. |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목표로 조성된 ‘녹색펀드’ 다수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는 화석연료 기업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19일 영국 가디언이 자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서스테이너블 글로벌스타와 유럽 클라이밋패스웨이 등 녹색펀드는 화석연료 기업에 대량의 자금을 투자했다.
엑손모빌과 BP, 쉘, 쉐브론과 토탈에너지에 투자된 금액만 180억 달러(약 25조2천억 원)를 넘는다. 화석연료 분야 총 투자금액은 330억 달러(약 46조1천억 원)에 이른다.
가디언은 “거대 화석연료 기업들은 기후변화를 이끄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대형 펀드가 친환경 투자를 앞세워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해당 펀드들은 화석연료 업체의 지분을 확보해 의사결정 과정에 기후변화 대응을 추진하는 쪽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을 두고 투자를 했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가디언은 거대 화석연료 기업들이 기후대응 목표를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았고 최근 들어서는 이마저도 대폭 축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녹색펀드 투자자들이 이러한 기업들의 의사결정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에 언급된 녹색펀드에 가장 많은 자금을 댄 투자기관에는 JP모간과 블랙록, 독일 DWS 등이 포함되어 있다.
유럽 비영리기구 T&E는 이와 관련해 “녹색펀드의 투자를 받은 화석연료 기업들은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지 않는다”며 “결국 투자기관들이 이를 통해 ‘그린워싱’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린워싱은 투자기관 또는 유통업체들이 친환경 또는 기후대응을 앞세워 자금을 유치하거나 마케팅을 하는 반면 실제로는 이를 위한 행위에 참여하지 않는 사례를 뜻한다.
조사기관 클라이밋어카운티빌리티 인스티튜트는 “투자기관들이 녹색금융을 전면에 내세우고 실제로는 화석연료 기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은 사악한 일”이라는 지적도 내놓았다.
녹색펀드 서스테이너블 글로벌스타 대변인은 가디언 측의 지적을 받은 뒤 펀드 이름에서 ‘지속가능’의 의미를 담은 서스테이너블(sustainable)을 삭제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다만 그동안 이뤄진 투자 포트폴리오는 시장 평균치와 비교해 탄소 배출량이 적은 분야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해명도 내놓았다.
블랙록 관계자는 가디언에 “우리의 펀드는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으며 관련 내용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며 “지속가능 펀드는 자체 기준과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