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6·3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 22일 가운데 첫 번째 한 주가 지나면서 거대 양당의 선거전략과 판세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외연확장'을 노리며 공격형 축구를 펼치고 있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보수결집'을 위한 수비형 축구를 펼쳤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당분간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왔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전북 익산시 익산역 동부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날 경기 수원시 지동시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이재명 후보는 선거운동 초반 1주일 동안 애초 유리한 선거 구도에 기반해 보수층 파고들기에 역점을 뒀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지지층 결집을 통한 바닥 다지기에 대부분의 역량을 투입했다.
실제 두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부터 상반된 움직임을 보였다.
이 후보는 '내란 종식'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만큼 탄핵 집회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을 열었다.
그는 이날 출정식에서 "이번 대선은 내란으로 나라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헌정질서와 민생을 파괴한 거대 기득권과의 일전"이라며 "이제부터는 진보도 보수도 없이 오직 대한민국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신고 나온 양당의 상징 색깔인 파란색과 빨간색이 함께 들어간 운동화는 순식간에 매진되기도 했다.
반면 김 후보는 첫 일정으로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찾았다. 그는 자신이 '민생대통령', '경제 대통령'이라며 민생을 살릴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또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진행된 출범식에서도 수차례 '경제'를 강조했다.
전날인 11일까지 대선 후보 등록을 두고 국민의힘이 큰 내홍에 휩싸였던 만큼 선거운동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 후보 자신조차 이름과 기호가 없는 빨간색 점퍼를 입고 유권자를 만나기도 했다. '개문발차'(문을 연 상태로 차량이 출발)라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두 후보는 모두 다음 행선지로 대구·경북을 선택해 여론의 주목을 끌었다.
김 후보는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대구를 찾아 사흘 동안 영남지방 바닥을 훑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록 과정에서 벌어진 내홍으로 지지층 결집이 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가 정치적 위기을 맞을 때마다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던 일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영남 민심'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대선 후보 비서실장은 16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대구·경북에서 득표율 80%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이번 대선이 상당히 여러 면에서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지자들의 결집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구·경북 민심 내지 표심에 대해 상당히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후보가 선거 운동 초반 영남권에 집중한 것은 '외연확장' 의도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경북 안동 출신이지만 지난 대선 득표율이 대구 21.6%, 경북 23.8%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TK(대구·경북)지역에서 그 이상 득표율을 목표로 한다.
이 후보는 선거운동 이튿날인 13일 경북 구미시를 찾았다.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그의 동상까지 세워져 있다. 이 후보는 구미역 광장에서 박 전 대통령을 소환하며 지역 민심 사로잡기에 나섰다. 이후 그는 대구, 포항, 울산을 차례로 방문해 유세활동을 이어갔다.
다음 날에도 영남 지역에 머무른 이 후보는 14일 부산 서면 유세에서 해양수산부와 해운사 HMM의 부산 이전을 약속했다. 해당 발언으로 인해 HMM은 '이재영 테마주'로 급부상했고 주가도 급등했다. 부산 일정을 마치고 창원과 거제를 찾았다.
영남 지역 선거 운동을 마친 뒤 이 후보는 호남지역으로, 김 후보는 수도권으로 무대를 옮겼다.
특히 김 후보는 15일 현장 유세 대신 기자회견 등 '고공전'을 벌였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과 대법원 앞에서 진행된 '사법부 수호 민주당 규탄대회'에 참여해 이재명 비판에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 유세보다 여론전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 세 번째)가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날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출정식 및 첫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후보가 현장 유세를 통해 유권자들을 만나는 것과 별도로 국민의힘 쪽에선 '윤석열 탈당' 이슈가 급부상했다.
김용태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윤 전 대통령을 찾아뵙고 비대위원장으로서 정중하게 탈당을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같은 날 "자기가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것은 도리가 아니기에 윤 전 대통령 판단에 맡기겠다"며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앞으로 양당은 선거운동 두 번째 주를 맞아 각각 투표 독려와 중도층 확장에 각각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지자들이 승리를 확신해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양자 대결 격차는 서서히 줄어들 것이기에 진열을 정비해야 한다"며 경각심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도 14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을 만나 "(대선 결과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결국 아주 박빙의 승부를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여러분도 절박한 심정으로 '세 표가 부족하다'는 생각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윤 전 대통령 탈당 문제를 매듭짓고 중도층을 향해 손짓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15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윤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미래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두세 번의 국면 전환을 통해 빠른 시간 안에 이 후보를 추격하겠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