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MAM 현대 미술 박물관 미디어센터에 걸려 있는 G20 국가 국기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후재원 마련에 극적인 합의가 도출됐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으로 정권 교체를 앞둔 미국과 기존 국제 합의 사항들을 계속 뒤집는 아르헨티나의 태도 때문에 이번에 합의된 기후재원 마련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각) 로이터는 각국 외교관을 인용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18일부터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각국이 기후재원 문제에 극적으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G20 국가들이 내놓을 공동합의문에 “기후재원 마련에 G20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기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이번 G20 회의에서 가장 어려웠던 의제인 기후재원 마련 문제에 진일보한 합의문이 들어간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서방권 선진국들은 기후재원 마련에 브라질, 중국, 한국 등 선진국이 아닌 국가들도 일정부분 기여하는 것을 원했다. 이에 브라질과 중국 등 국가들이 거부하고 나서면서 합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지난 16일까지만 해도 큰 진전은 없었으나 17일 오전 협상에서 기후재원 기여를 의무가 아닌 자발적 사항으로 바꾸면서 극적으로 합의를 이뤘다.
현재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기후재원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과 비교하면 큰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G20 국가들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기 때문에 기후재원에 기여하기로 결의하면 관련 후속 협상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도 COP29 기자회견에서 "(기후재원 마련을 위한 협상에서) 스포트라이트가 G20 국가들에게로 넘어갔다"며 "세계의 가장 큰 경제대국이며 온실가스 배출원인 이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리더십을 보여줄 때"라고 강조했다.
사이먼 스티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17일(현지시각) G20 국가들에 기후재원 기여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스티엘 사무총장은 서한을 통해 "우리는 G20을 이끄는 정부들이 책임을 지고 화석연료에서 청정 에너지 미래로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정책과 이에 필요한 민간 부문 투자를 활성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동합의문으로 기후재원 마련을 향한 토대가 마련됐어도 그 이행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바라본다.
▲ 14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국 우선주의 정책 연구소 행사에 참석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연합뉴스> |
가장 큰 이유로는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도 "기후변화는 사기행각"이라며 "파리협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파리협정은 2015년 세계 각국이 글로벌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아래로 억제하자고 약속한 조약을 말한다.
G20 협상에 참여한 유럽국가의 한 외교관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우리 모두 여기 앉아 글로벌 협력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차기 백악관 주인이 누구인지 애써 신경 쓰지 않는 척을 해야 했다"며 "여기서 결정된 것이 앞으로 이행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G20 회원국 가운데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 비슷한 시각을 공유하는 하비에르 밀레이라는 점도 불안요소로 지적됐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G20 공동합의문 협상이 특히 어려웠던 이유로 아르헨티나가 합의문 내용에 어깃장을 놓는 일이 많았기 것이 지목된다.
아르헨티나 정부 대표단은 기후재원 문제는 물론 주최국 브라질이 주장한 '부유세' 같은 문제를 놓고 실무협상에서 동의했던 것과 달리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이번 공동합의문에는 동의했으나 아르헨티나가 입장을 뒤집는 행보를 반복해온 것을 감안하면 이번 합의도 그대로 이행되기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앞서 13일(현지시각)에도 아르헨티나는 COP29에 참석했다가 돌연 대표단을 철수하고 관련 협상을 일체 중단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유럽국가의 다른 외교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우리가 바이든 정부의 미국과 함께 해왔던 것(기후대응 노력)들은 갈 길을 잃었다"며 "더 이상 주도권은 우리에게 없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