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현석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롯데백화점) 대표가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와 인연이 깊은 부산에서 오랜 경쟁 상대인 신세계에 센텀시티점을 넘기기로 하면서 장기간 건설이 지연된 부산롯데타워를 통해 롯데의 지역 내 입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생성형 AI 챗GPT로 만든 이미지. |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 시절부터 인연이 깊은 부산에서 경쟁사 신세계에 센텀시티점을 넘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오랫동안 건설이 지연된 부산롯데타워를 통해 롯데의 위상을 다시 세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롯데백화점 동향을 종합하면 정현석 대표가 부산 센텀시티점을 신세계에 매각한 것은 사실상 자존심을 버린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롯데백화점이 29일 매각을 발표한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점은 2007년 문을 연 점포다. 하지만 2009년 바로 옆에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들어서면서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두 점포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졌다.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의 2025년 매출은 135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같은 기간 매출이 7.4% 늘어난 2조2642억 원을 기록했다. 두 점포의 매출 차이는 약 16.7배에 이른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전국 3위 매출을 올리는 사이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은 전국 65개 주요 백화점 가운데 매출 순위 62위에 머물렀다.
롯데백화점은 센텀시티점의 경쟁력 회복이 사실상 쉽지 않다고 보고 수년 전부터 매각을 추진해 왔다. 결국 인수자로 나선 곳이 신세계인데 두 회사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이는 롯데백화점에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일이나 다름없다는 시선이 많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는 주요 상권의 주도권을 놓고 법정 다툼까지 벌였던 오랜 경쟁 상대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점이다. 롯데는 2013년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입점해 있던 인천종합터미널 부지와 건물을 인천시로부터 약 9천억 원에 매입했다. 신세계는 부지 매각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7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결국 신세계는 2018년 말 인천점 영업을 종료했고 롯데백화점은 2019년 1월 같은 자리에서 인천터미널점 영업을 시작했다.
당시 신세계 인천점은 회사 내 매출 4위에 해당하는 핵심 점포였다. 롯데가 넘겨받은 이 점포는 2025년 매출 약 8300억 원으로 전국 주요 백화점 가운데 14위에 오르는 주요 점포로 자리매김했다.
신세계는 각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설명(IR) 자료에서 주요 백화점 순위를 발표하고 있지만 롯데백화점 인천점은 명단에서 빼고 있다. 그만큼 두 회사가 달가운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롯데가 부산에서 경쟁사에 점포를 내줬다는 사실은 그룹과 지역의 오랜 관계를 고려하면 더욱 상징적이다.
롯데와 부산의 인연은 신격호 창업주의 청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울산에서 태어난 신 창업주는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 부산 남포동과 광복동 일대에서 생활하며 사업가의 꿈을 키웠다. 특히 영도대교는 신 창업주가 일본에서 성공하겠다는 꿈을 품었던 장소로 알려졌다.
신 창업주는 이후에도 부산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다. 롯데그룹은 2013년 영도대교 복원사업에 공사비 전액인 1100억 원을 지원했고 2017년에는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위해 1천억 원을 출연했다. 1982년부터 부산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단 롯데자이언츠를 운영해 온 점도 롯데가 부산에 뿌리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 ▲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 <롯데지주> |
이런 점을 고려하면 롯데백화점이 부산에서 신세계에 맞설 만한 무기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과제는 한층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가 내세울 수 있는 대표적 무기로 꼽히는 것이 바로 부산롯데타워다.
롯데그룹은 20여 년 전부터 부산 광복동 일대에 부산롯데타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부지는 신 창업주가 청년 시절을 보낸 광복동 일대의 옛 부산시청 부지에 있다. 영도대교와도 가까운 곳이다.
현재 지상 67층, 높이 342.5m 규모의 타워에 판매시설과 업무시설, 호텔, 전망대 등을 조성해 부산 원도심의 새로운 관광·상업 거점을 구축하는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다만 부산롯데타워는 오랜 건설 지연으로 부산시와 갈등을 빚었던 사업이기도 하다.
롯데쇼핑은 2000년 건축허가를 받았지만 사업성 검토와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공사를 장기간 진행하지 못했다. 결국 2022년 부산시가 타워 건설 지연을 문제 삼아 롯데백화점 광복점 등의 임시사용승인 연장을 거부하면서 광복점 영업이 하루 중단되는 사태가 터지기도 했다.
롯데지주와 롯데쇼핑은 부랴부랴 2022년 6월 부산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5년까지 타워 건립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그해 7월 부산을 방문해 박형준 당시 부산시장에게 차질 없는 건립을 약속했다.
하지만 애초 일정을 지키지 못하면서 준공 목표는 또다시 2028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백화점업계 안팎에서는 부산롯데타워를 놓고 롯데의 부산 존재감을 회복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센텀시티에서는 신세계와 백화점 매출을 놓고 경쟁했지만 광복동에서는 기존 광복점과 부산롯데타워를 연계해 쇼핑과 관광, 숙박 수요를 확보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가 센텀시티에 복합시설을 확대하는 사이 롯데는 원도심에 자체 관광·상업 거점을 강화할 수 있는 셈이다.
부산롯데타워에 계획대로 호텔과 전망대가 들어선다면 롯데는 기존 광복점을 중심으로 관광객의 방문과 소비를 늘릴 기회를 확보하게 된다. 마침 주목받기 시작한 외국인 관광객 증가는 '랜드마크' 역할을 하게 될 부산롯데타워의 수혜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부산롯데타워가 롯데의 입지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려면 오랫동안 지연된 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우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12월 기준 전체 공정률은 5.96%였으며 롯데백화점은 올해 말까지 지상 18층까지 골조가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번 매각을 계기로 부산 지역 핵심 점포들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2028년 준공 목표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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